또 28사단 … 2012년엔 장교 무장탈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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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8사단이다. 지난 11일 동반자살한 두 병사가 소속된 28사단(경기도 연천)은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 외에도 여러 가지 대형 사건이 터진 곳이다.

 2005년 김동민 일병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곳이 28사단이다. 당시 김 일병은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GP에서 근무하던 중 병영생활에 불만을 품고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K-1 기관단총 44발을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30년 전인 1985년에도 박모 이병이 선임 병사들의 폭력에 앙심을 품고 내무반에 들어가 소총을 난사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피해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부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막았기 때문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병사뿐 아니라 장교들의 대형 일탈 사고도 벌어졌다. 2012년 8월에는 정모 대위가 K-2 소총과 실탄 30여 발을 갖고 무단 탈영한 뒤 350여㎞ 떨어진 전남 장성까지 내려가 여자 친구와 싸우고 소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해당 부대가 10시간 넘게 장교의 탈영 사실을 알지 못해 군의 허술한 관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59년에는 대대장 정모 중령이 훈련 방식에 불만을 품고 사단장 서모 준장을 권총으로 사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 중령은 총살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육군은 후방의 동원사단을 제외한 최전방 사단장을 준장에서 소장으로 격상시켰다. 서 준장의 계급이 낮아 사단장으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았다는 당시 군 수뇌부의 판단 때문이었다.

 이처럼 28사단에서 각종 대형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도한 근무 스트레스를 꼽는 의견이 많다. 28사단은 휴전선뿐 아니라 군사분계선(MDL)이 시작되는 임진강을 끼고 있어 경계 근무에 지상과 수중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28사단이 맡은 경기도 연천은 동부전선에 비해 평야지대로 북한군이 침투하기 쉽다. 경계 업무에 대한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28사단은 53년 창설 이래 대간첩 작전을 44회 수행해 63명을 사살한 전과도 있다.

 최전방 부대 특성상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소수의 인원만 모여 생활하는 특수 환경이다 보니 부대원들에 대한 관리가 어려운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 부대 출신 예비역 장성은 “28사단은 소부대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 지휘관이 일일이 점검하지 못하다 보니 점호가 없는 곳도 있었다”며 “간부들끼리 목례를 하는, 군기 빠진 모습도 봤다”고 회고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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