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사고 부상자 버스에 태우는 중 한명은 남겨두고 떠나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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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무리 내가 너로부터 소외당하는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사람의 목숨에 관계되는 일에까지도 그런 풍조가 판을 치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서울에 갔다 오는 길에 「트럭」충동 사고 현장을 보고 「버스」에서 내려 피해자들을 도울 때의 일이다.
모두 3명의 사고자 중 먼저 2명을 끌어내려 타고 온 「버스」에 실어놓고 정신없이 마지막 한 사람을 마저 내려놓고 보니 「버스」는 이미 온데 간데 없지 않은가.
「버스」안에 두고 내린 소지품보다는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마침 「택시」가 지나가기에 사정을 얘기하고 가까스로 인근 병원에까지 환자를 옮길 수 있었다.
한데 이번에는 「택시」요금을 부득부득 달란다. 「택시」를 탔으니 결국 요금을 내긴 냈으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피를 쏟고 있는데도 그냥 가 버리는 「버스」나, 이왕 가는 길에 실어다 준 응급환자한테까지도 셈을 하려는 「택시」나 모두 그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생각이 모자란다기보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도리까지도 외면하는 메마른 풍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춘우(경북 영주시 하망1동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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