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의 정치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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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창당을 위한 정치활동이 허용됨에 따라 새 정치 질서의 형성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벌써부터 정가에는 몇 갈래로 신당 작업이 추진중이며 결국4, 5개의 정당이 출현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많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일은 신당 결성을 위한 정가의 「그루핑」에 있어 정치인 또는 정치지망자들이 합리적 선택 기준이랄까, 원칙 같은 것을 반드시 가져야겠다는 점이다.
여당을 택하거나 야당에 가담함에 있어 원칙이나 기준 없이 기회주의적으로 원내 진출 또는 요직 기대감으로 처신해서는 새시대가 바라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여당에 들어갈 연줄이 없어서, 또는 기회를 못 찾아 야당에 몸담는 다거나 소신이나 이념은 분명 야당적이면서도 인연이나 입장 때문에 여당에 참여하는 일이 있어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정치적 이해관계란 있기 마련이어서 자기 선거구에 선착자가 있다거나 공천이 어려올 것이란 판단에서 뜻은 같으면서도 다른 정당을 택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유력당의 공천 기회를 쫓아다니는 인간형은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인물은 못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당작업의 핵심에 있는 수뇌진들도 가급적 원칙과 기준을 중시하여 새 정당이 후조적 정치인의 번성처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여당은 여당 다와지고 야당은 야당다와질 수 있다. 공천이나 요직을 쫓아 움직이는 정치인이라면 간부나 국회의원이 된 후에라도 더 나은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다음으로 우리가 생각할 일은 정치활동의 재개로 지금까지 단선적으로 제시되던 정치문제에 관한 「의견」이 앞으로는 복수화하게 되는데 따르는 의견 조정의 문제다. 정치활동이 금지된 지난 6개월간에는 당국의 방침·계획 등이 유일한 공개적인 정치의견이었고 그밖에는 단순한 사인간의 의견이 있을 뿐이었는데 앞으로는 정치 문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공개적으로 제시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의견을 과거처럼 이른바 국론의 분열이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한 「지혜의 경쟁」으로 투도, 고양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정치인 또는 정치지망자들이 가장 깊이 생각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상호 존중이랄까, 상대방 존재의 인정이랄까 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과거처럼 한쪽이 소수의 의견을 구색용 정도로나 인정하고 한편 다른 쪽은 다수의 의사를 꺾기 위해 극한 투쟁도 불사하는 양태로는 다양한 의견이 오히려 나라의 와가 될 뿐이다.
상대방의 가치를 자기와 마찬가지로 인정하고, 안보를 비롯한 고차적 국가 목표에 관해서는 협력자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방법논의 경쟁은 가능해진다. 이런 바탕이 마련되면 의견이 많을수록 좋고 비리도 많을수록 일의 성공적 추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야당이 있기 때문에 여당은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야당의 비판을 거친 후에 탄생한 정책은 여당 단독의 비판받지 않은 정책보다 안심될 것은 분명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분산되는 이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야당 역시 집권당과의 토론 과정에서 자기발전과 보완이 가능해지고 국정에 대한 책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의 조정문제, 다시 말해 바람직한 정당관계의 존재양식에 깊은 유의가 있기를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인의 행동양식도 새 시대에 맞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코자 한다. 24시간 실력자 눈치나 살피고 자기에 관해 좋은 보고나 올라가도록 처세하는 정치인, 호언장담이나 하고 요정 정치에나 능한 「타입」으로선 곤란하다. 허황형이나 맹종형도 국민이원 할리 없다.
점잖은 사람은 정당을 외면하기 마련이라는 고정 관념이 이번에는 시정되도록 정치인의 일상 생활이나 정치「스타일」도 달라졌으면 한다. 토론에서 고성이나 완력은 쓸모 없어져야 한다.
오늘날 경제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많은 국민에게 정치활동의 재개가 큰 기대를 주고 있음을 잊어서도 안 된다. 이제 등장할 많은 인물들과 그들이 제시할 풍부한 의견에 대해 집중되고 있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민주적이고도 생산적인 정계의 형성과 국민에 희망을 주는 정치가 펼쳐지기를 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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