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세돌, 김주호 돌풍 잠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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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겠지만 앞으로 한판도 지지 않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LG배 시상식장에서 무패 선언을 한 이세돌6단이 다음날 21연승에 빛나는 '김주호 돌풍'을 가볍게 잠재웠다.

이세돌의 날카로운 시선은 벌써 다음 타깃인 유창혁9단으로 옮아간다. 19일 KT배 결승 2국에서 승리하면 2대0으로 우승컵을 따나게 된다.

이세돌6단의 종횡무진이 계속되고 있다. 만부부당(萬夫不當)의 용맹을 지닌 이세돌6단은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17일 치러진 왕위전 본선리그서 펄펄 날던 김주호3단을 불과 95수 만에 흑불계로 꺾어버렸다.

김주호3단은 왕위전 본선에서 조훈현9단과 서봉수9단을 연파하고 2연승을 거두며 이세돌6단과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김3단은 올해 들어 23승2패로 전체기사중 승률과 다승 모두 1위인 데다 최근 바둑이 부쩍 물이 올라 바둑계에선 "또 한명의 신예강자가 출현했다"며 흥분하고 있었다. 김주호가 잘하면 이세돌을 잡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목을 모았던 한판은 너무 싱겁게 끝났다.

흑을 쥔 이세돌6단은 빠른 속도로 실리를 선점하다 날카로운 역습 한방으로 바둑을 끝내버렸다. 김주호3단은 수읽기에도 능하고 균형감.탄력을 보유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기풍을 지녔으나 이날 이세돌의 현란한 스피드에 그만 페이스를 잡지 못했다.

"한판도 지지않는 것이 목표"라며 호언을 한 이세돌6단의 현재 성적은 23승5패. 5패 중엔 국수전 예선에서 노장 이홍렬8단에게 진 것도 한판 있다.

이6단의 무패선언은 방심의 패배마저도 철저히 경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19일 벌어질 KT배 결승전 2국은 유창혁9단의 입장에선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끝 승부다.

여기서 유창혁의 방어벽이 뚫린다면 이세돌은 당분간 무인지경을 달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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