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당선→취임사이에|큰 위기가 많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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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패배했을 경우 선거 직후부터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의 기간동안 그를『「레임·더크」(Lame duck)「프레지던트」』라고 부른다.「레임·더크」란 절름발이 오리란 의미니까 「별 볼일 없는 대통령」이란 뜻이 된다.
지금의「카터」대통령이 바로 이런 경우다. 미 의회도 마찬가지로 내년1월에 새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는 맥 빠진 분위기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1백여년 동안 미국은 바로 이「레임·더크」기간동안에 계속 큰 위기와 시련을 겪어왔다는 사실에 있다.
가장 극적인 에로는 1933년「루스벨트」대통령이 내린 「전 미국 은행 폐쇄명령」을 들수 있다. 전임자인「후버」대통령은 장기간 극도로 악화된 미국 경제에 대한 시원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그냥「절름발이」기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루스벨트」는 이해 3월5일 대통령에 취임한 바로 이튿날 새벽1시를 기해 미국내의 모든 은행 문을 닫았던 것이다.
이같은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은 이해 10월 헌법을 개정, 11월4일의 선거일부터 이듬해 3윌5일 취임식까지 최고1백20일이나 되는「레임·더크」기간을 75일로 줄여 취임식을 1월20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75일간이라는 「레임·더크」가간도 세계 각국에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긴 기간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이 기간동안 미국 대통령이 2명이라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세계 각처에서의「테스트」와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레임·더크」기간동안 미국이 겪어온 큰 위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12년=「윌슨」(공화당)이「태프트」(민주당)을, 패배시키고 대통령 취임식을 기다리고있는 동안『「멕시코」혁명』이 터졌다.「멕시코」주재 미국대사관이 불에 타버 리고 사태가 계속 심각하게 돌아갔으나 새 대통령「월슨」은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1920년=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베르사유」국제연맹 조약의 비준 여부에 관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그치지 않았다. 결국「월슨」을 눌러 이긴 새 대통령「하딩」이 조약을「비토」해 버렸다.
■1933년=주식 시장이 3년 전에 마비되고 대 공황이 휩쓸었다. 대부분의 은행이 쓰러지고 미국 경제는 계속 파멸의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나「후버」대통령과 대통령에 당선 된「루스벨트」는 좀처럼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루스벨트」는 대통령에 위임한지 l5시간만에 미국내 모든 은행의 폐쇄를 선언했다.
■1952년=「트루먼」의 뒤를 이어 전쟁 영웅「아이젠하워」가 새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한국 전쟁은 계속됐다.
■1960년=「뉴·프런티어」의 기치를 내건「케네디」가 새 대통령에 당선, 새로운 미국의 건설에 꿈이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아이젠하워」는 퇴임하기 17일전인 61년1월3일 미국·「쿠바」간의 국교를 단절해 버렸다.
■1968년=「베트남」전쟁의 책임을 지고 「존슨」이 물러난 자리를「닉슨」이 이어받았다. 그러나「존슨」의 절름발이 기간동안 미국 내 각 대도시에서는 연일 격렬한「데모」가 일어났고 「파리」에서 진행 중이던 미·월맹간의 평화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1976년=현직「포」가「조지아」출신 무명 정치인「지미·카터」에게 패배했다. 두 대통령이 업무 인수·인계를 협의하는 동안「인플레이션」과 실업율이 급상승해 미국 경제는 다시 악화되는 계기를 맞기 시작했다.
■1980년=「강력한 힘의 외교」를 부르짖은「레이건」이 현직「카터」대통령을 참패시키고 새 대통령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내년 1월20일까지의「카터」의 절름발이 기간 동안 「이란」인질문제,「이란」「이라크」전으로 인한「페르시아」만의 긴장고조, 소련의「폴란드」침공 가능성 등이 계속「카터」행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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