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경제조치|한발씩 늦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제조치가 늘 한발씩 늦다. 경제정책이 예방적이 못되고 사후 약방문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타이밍」을 잃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이후 그동안의 경기조절을 위한 각종 조치내용과 실시시기를 따져보면 빈번한 정책의 실기가 드러나고 있다.
경기예고 지표와 금리동향이 대표적인 예.
74년 제1차「오일·쇼크」때 경기예고 지표는 한때 0·7까지 떨어지는 깊은 골을 팠다가 76년 중반에는 과열 경기를 알리는 1·9까지 치솟는 동안 금리(대출)는 8·3조치 이후 4년동안 연 15·5%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금리를 올린 것은 이미 경기가 정점으로부터 하강세로 접어든 76년 8월이었다.
또 77년 5월을 저점(1·3)으로서 경기가 치솟을 무렵 부가가치세를 실시했고 예금 금리도 함께 내려버렸다.
오르는 경기에 불을 당긴 셈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3개월 후에 재차 1%를 내리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경지 조절이 아니라 경기 조장을 한 셈이었다.
그후 한참 동안이나 금리 논쟁이 벌어지다가 78년 6월에서야 15%에서 19%로 올렸다. 이미 세계경기의 침체·수출부진 등으로 경기는 끝 무렵을 예고할 언저리였다.
그해 8월에 나온 부동산 규제조치 역시 2년 동안 투기 바람이 불대로 다 분 연후였다.
79년 들어 성장위주로부터 안정으로의 급선회가 이루어지면서 제2차「오일·쇼크」까지 겹쳐 과열을 치닫던 경기는 급속히 식어갔다.
연40%씩 늘려나갔던 통화량도 20%선으로 끌어내렸고 경기예고 지표가 1·9에서 0·7로 떨어졌는데 금년초 환율을 올리면서 금리도 6%「포인트」나 대폭 올렸다.
모처럼 실질 금리를 보장하고 부동자금을 은행으로 끌어들이자는 의도였지만 경기 조절면에서는 결과적으로 꺼져 가는 경기에 돌 하나를 더 얹어 놓은 셈이 됐다.
20%를 올렸던 환율도 79년6월 수출금융의「달러」당 융자비율을 올렸을 때 했더라면 충격을 훨씬 줄일 수 있었다는 견해가 많았었다.
5월 이후 경기예고 지표는 0·4라는 사상최저를 4개월 동안 기록했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던지 9월 들어 금리를 내리고 양 소득세를 완화하겠다는 등을 골자로 하는 회복책이 나왔다.
물론 금리 변동이「인플레」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고 또 금리만으로 경기를 조절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여러 차례 중요한 고비에서 오르는 경기를 더 올리고 내리는 경기를 더 내리게 하는 식으로 운영되어 왔음을 알수 있다.
「타이밍」을 못 맞춘데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체질을 강화하겠다는 9·27조치도 정화 차원에서는 불가피했다 하겠으나 가뜩이나 기업인들의 투자「마인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호황 때 했어야할 조치가 아니었나 싶다.
설마하던 9월중 경기예고 지표도 역시 0·4에서 그냥 눌러 앉아 있다. 연말까지도 바닥 경기를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고다.
이번 11·8종합 경기 회복책은 올들어 3번째로 종전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내용을 담고있지만 이번 역시 한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