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신제주서 창작생활 소설가 한수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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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연히 제주여행을 왔다가 하루 저녁 사이에 결심을 굳히고 이삿짐을 챙겨 서울서 신제주로 내려온 작가 한수산씨(35)-.
지난해 6월 어느 날 아침 비행기로 제주에 내려왔던 한씨는 다음날 신제주 제원「아파트」를 찾아 전세 계약을 마치고 부인과 갓돌 지난 딸을 데리고 이사, 낮선 타향의 전원에 정착했다.
바다의 신비에 매혹돼 제주에 눌러앉게 됐지만 원래는 고향인 강원도 쪽 한가한 시골로 회귀하려 했다는 것-.
「자유」와「고독」을 갈구해 제주에 내려온 한씨는 처음에는 공부를 해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작품소재를 찾기 위한 본격적인 취재 활동을 벌여 이제는 상당한 자료들을 모았다.
서울권을 벗어남으로써「잡다한 일들」로부터의 해방을 누리려고 제주로 내려올 때는 쓰고있던 6개의 연재물을 2개만 남기고 모두 경리했다.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은 중앙일보 연재소절『욕망의 거리』와 월간 신동아의 연재뿐이다.
제주에서 그동안 거둔 가장 큰 수확은 원초의 순박함이 근대화에 밀려 깨지는 아픔의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과 인고의 역사적 수난을 겪어온 제주도의 묻힌 역사를 새롭게 인식했다는 것-.
시간만 나면 도내를 두루 돌면서 부락민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한씨는 최근 1901년 제주의 천주교란이었던『신축년 교란』(일명『이재수난』)에 대한 자로 수집과 취재를 거의 완벽하게 끝내고 작품으로 옮길 결심을 굳혔다. 이 작품을 통해 작은 섬사람들의 저항하던 숨소리를 추적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창만 열면 한라산이 한 폭의 그림으로 들어오는「아파트」거실을 떠나 잠시 한우 목장의 목초 밭에 누워 높은 가을 하늘을 우러러 보기도 하는 한씨는 아이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는 제주에 계속 보금자리를 펴고 있겠다고. 이은윤 기자 사진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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