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빙고는 사철 얼음 보관 가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조상들이 천연의 냉장고로 사용하던 석빙고의 건축 기법이 지극히 과학적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선조들의 슬기에 다시 한번 감탄을 느끼게 하고있다.
이러한 내용은 대구계명대학 신동수교수(공업화학)가 경주에 있는 석빙고를 조사, 일년내내 얼음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사실을 대한화학회에 발표함으로써 알려졌다.
석빙고는 원래 겨울철에 천연얼음을 채취해 보관했다가 여름철 더울때 왕실이나 고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얼음 저장시설.
사료를 통해보면 이러한 석빙고는 신라시대 경주에 처음 건립한 것을 비롯, 고려시대에는 평양에 내빙고와 외빙고를 두었다는 기록이 있고, 이조시대애 들어와서는 지금 서울의 동빙고와 서빙고에 얼음을 저장했었다.
신교수는 석빙고가 과연 1년동안 얼음을 저장할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주석빙고를 중심으로 계절에 따른 온도변화와 구조물의 형태를 연구해 봤다.
그 결과 경주석빙고는 겨울철 석빙고 내부 부피의 70%이상을 얼음으로 채운다면 1년간 보관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신교수가 조사한 경주석빙고는 남북의 길이가 16·75m, 동서폭이 5·83m인 장방형으로 천장에는3개의 환기통이 시설되어있다.
또 바닥은 입구쪽인 남쪽이 높고 북측이 낮아지게 경사를 만들어 얼음이 녹은 물이 다시 얼음을 녹이는 것을 방지했으며 북쪽 끝에는 하수구를 만들어 물이 밖으로 나가도록 해놨다.
한편 밖으로는 석빙고위쪽과 남쪽에 잔디를 깔고 북쪽은 낮아지게 설계해 태양의 복사열을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보다도 더 과학적으로 설계된 것은 반원형으로 된 천장과 그위에 깐 흙의 두께다.
석빙고는 지하로 평균1·89m를 파서 만들어 지상에서 보면 지름2·85m의 반원형 굴모양으로 되어있다.
이 굴 위로 평균2·64m의 흙을 덮었는데 굴위의 흙은 두터울수록 좋을 것 같지만 연구결과는 그렇지도 않다.
신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하로 열이 전달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 11m깊이가 되면 연중 온도의 변화가 벌로 없고, 7m인경우애는 약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것은 너무 깊이 얼음을 저장하면 지하공간이 따뜻해 부적합하고, 7m정도의 두께가 되면 여름철의 뜨거운 기온이 얼음저장용 시작할 때인 한 겨울에 석빙양에 이른다는 재산이 나온다. 얼음이 저장되기 시작한 한겨울의 굴속 온도가 높다는 것은 장기저장에 불리하다.
경주석빙고와 같이 두께가 2·64m정도일 때는 지상의 기온이 굴까지 이르는데 3∼4개월이라는 기간이 걸려 한여름 기온이 흙을 통해 굴속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얼음이 거의 필요없는 10∼11월이 된다. 또 얼음을 저장할 때 굴에 영향을 주는 온도는 10∼11월의 기온이므로 얼음 저장에 적합하다.
신교수는 여러가지 요소를 감안한 복잡한 수식을 풀어보면 석빙고 공간의 70%이상을 얼음으로 채울 때 1년간 갈 수 있다는 해답이 나온다고 밝히고 아마도 당시에는 왕겨·톱밥 등을 보조단열재로 써 얼음이 녹는 것을 더욱더 줄였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신교수는 이러한 수치는 사람이 석빙고의 문을 열고 드나드는 것은 고려에 넣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사료에 보면 고려시대석빙고의 관리를 잘못해 추석전에 얼음이 떨어지면 담당관리를 처벌하는 규정이있는 것으로 보아 석빙고의 출입과 얼음관리는 철저를 기했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