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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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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년째 사람 없는 서울도심 「아리랑·호텔」
서울도심 금싸라기땅에 우뚝선 17층 「매머드·빌딩」. 연건평 5천1백평, 싯가 7O억원을 호가하는 아리랑 관광「호텔」이 2년째 빈집으로 방치돼 있다.
서울 남창동 193 남산아래 요지에 서있는 이 「호텔」은 현재 높이 1m·길이2Om의 「볼록」더미로 현관을 막아 놓은채 「불꺼진 건물」로 주위를 을씨년스럽게 하고 있다.
한때 국내 처음으로 「사우나」탕을 개설, 장안의 화제가 됐던 이 「호텔」은 객실 1백94개를 비롯, 2백여평의 「나이트·클럽」과 「스카이·라운지」로 일본인 관광객이 흥청대던 때도 있었다.
이「호텔」이 문을 닫아 빈 건물이 된 것은 지난 79년 10월부터.
전 건물주 이승오씨(전삼양부동산회장)가 79년5월 누적된 빚과 경영부실로 이 건물을 구억 5천만윈에 부동산업계 동업자 최종덕씨에게 넘긴 후 아리랑 관광 「호텔」의 소유권 및 관리문제로 숱한 시비가 잇달았다.
최씨는 계약금 2억원을 지불하고 채권단 확인공고를 신문에 내고보니 서울 신탁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하는 액수가 14억 5천만원에 이르러 이「호텔」건물인수를 거부했다.
최씨는 건물일부가 서울 신탁은행에 이미 가등기 된 사실도 함께 밝혀지자 이씨를 상대로 2중매매로 인한 계약무효 소송을 제기, 이미 지불한 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했다.
이씨는 계약 이행을 주장, 드디어 5개월에 걸친 『내가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이색시비가 붙은 것.
서로 주인이 아니라는 양쪽의 주장 때문에 서울 지방법원은 연고권자인 서울 신탁은행에 처분일임을 판결, 아리랑 관광 「호텔」은 은행 감독관리 아래 들어가면서 모든 문을 페쇄했다.
더우기 말썽의 소지가 아직 남아있는 이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마저 나서지 않아 서울 신탁은행이 지난 3궐 30억7천만원에 일단 인수했다.
그러나 영업을 하지 않아 이익이 없는데다 전기료·재산세 등 비용이 연간 1억원이 넘게들어 은행측 역시 매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 서울 신탁은행은 지난달 24, 28일 등 3차례에 걸쳐 성업공사를 통해 건물을 경매에 넘겼으나 역시 유찰이 「호텔」은 은행측에는 버릴수도 가질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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