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들이 죽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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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4, 5일 연휴에 40명의 회원과 함께 국립공원인 주왕산 등반을 다녀왔다.
주봉 산행길에 오른 회원들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주봉을 비롯, 인근 910고지 및 향로봉 등의 수십만 그루 소나무 중 90%가 인간 송충이에 의해 허리를 톱·낫 등으로 수술 당한채 피(송진)를 빼앗기고 있는게 아닌가.
수십년, 수백년의 노송들이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 길로 산을 내려가 공원 관리인과 담당 순경에게 따져 물었더니 몇 년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그 기방 주민들에 의하면 몇 년전 지방관리가 개인에 허가를 내주어 송진을 채취해갔다는 이야기였다.
말뿐인 자연보호는 없어져야 한다.
기껏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식의 형식적인 자연보호의 그늘에서 수십, 수백만의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주무관청은 계몽만 할 것이 아니라 시제적인 감독과 실천을 강화해야하며 산악인들도 고발정신을 함양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강영일(서울 성동구 구의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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