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없는 배〃「무심리」|멸종직전 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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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씨 없는 배가 되살아났다. 씨가 없어「무심리」(무심리)로 불리는 이 배가 멸종위기에서 새로운 접목법으로 소생한 것이다.
무심리는 6·25전까지 강원도 인제군에서만 생산되는 명물로 소문난 배.
눈처럼 시원하고 꿀처럼 단맛에 껍질이 얇은데다 씨가 없으니 버릴것이 없어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손꼽히던 과실이다.
인제군내에 수백그루가 넘던 이 배나무가 10년쯤 전부터 원인 모르게 죽어가 군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현재 살아 남은 것은 단 12그루뿐. 군당국은 이 배나무를 살리기 위해 전문가를 동원, 꺾꽂이·접목 등 온갖 방법을 시도했으나 허사였다. 강원도 임업시험장은 지난 5월 요접법(요접법)을 시도, 튼튼한 보통 배나무에 무심리 순을 접붙었다. 요접법은 접붙일 대목(대목)의 가지눈 부위를 얇게 오려내고 다른 순을 옮겨 붙이는 접목방법. 군은 5월 중순 군내 인제읍 상동3 이,기린면 서·북리 등의 수령 10년 미만의 배나무를 골라 2백3개의 무심리순을 접붙였다. 정성들여 가꾸기 5개월. 그중 40그루 1백81개 순이 활착에 성공해 가지를 뻗기 시작했다.
무심리는 능금·모과와 함께 능금과에 속하는 과수. 군지에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12년(서기643년)에 신라불교를 부흥시킨 고승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들여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삼국유사 속고승』편을 보면 자장율사가 무심리를 들여왔다는 기록은 없으나 서기636년(선덕여왕5년)에 제자 실(실)등 10여명을 데리고 당나라에 들어가 불경을 연구하고 나오면서 불경1부와 불구(불구)를 가지고 귀국, 당나라의 문물을 전했다고 적혀있다.
무심리는 기후·풍토가 알맞은 인제지방을 벗어나면 말라죽는다. 이 과일이 씨가 없는데도 1천년이 넘도록 어떤 방법으로 증식되어 왔는지는 수수께끼.
관계자들은 독특한 증식방법이 있었으나 6·25를 전후한 혼란기에 그 전수법이 단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연흑색에 꼭지가 길고 밑이 둥근 표주박 모양으로 작은 씨방만 있는 심리무.
첫눈이 내린 다음 따내 쌀독에 묻어두면 누렇게 익어 맛과 향기가 독특하다. 석청(석청)·흑염소와 함께 인제의 3대 특산물.
1그루에서 3백∼4백개가 달러 2백∼3백개의 수확이 가능해 대량생산이 될수 있다고 군민들은 흥분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 특산 배를 요접법으로 보급시켜 과수업계에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의욕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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