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연일 반일 시위…"역사 왜곡 반성하라" 촉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시위가 지방에서 수도 베이징(北京)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과거사를 속죄하지 않아 양국 관계가 악화됐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10일 오전 11시 중국 광둥(廣東)성의 성도인 광저우(廣州)시민 수천 명은 시내 톈허(天河)체육관 앞에 모여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진출 반대' '일본 제품 불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일본 총영사관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일본 식당을 향해 계란을 던지고 간판을 부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중국 대학생 등 2만여 명도 9일 베이징의 첨단 기술 단지인 중관춘(中關村) 거리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에서 자발적인 시위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처음이다. 시위를 엄격히 통제하는 중국이 이번 반일 시위를 허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시위대는 "일본과 단교하라" "역사왜곡 반성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현장에는 정복 경찰관 30여 명이 있었지만 시위를 제지하지 않았다. 지난 2일에는 청두(成都)와 선전(深?)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이 일본 백화점 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진열된 상품을 부수기도 했다.

반일 시위가 확산되자 일본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10일 왕이(王毅) 주일 중국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 일본인 체류자의 안전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이에 왕 대사는 "과격한 행동에 대해 중국 정부도 묵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도쿄신문은 "중국 정부가 시위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은 현재 (악화된) 중.일 관계에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측은 중국 침공 역사 같은 중국인들의 감정과 연관된 주요 문제를 진지하고 적절히 다뤄야 한다"며 "일본은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8일자)는 "일본이 역사 왜곡 교과서 승인을 중단하고 일제 점령 피해자들에게 더 많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집권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10일 TV아사히의 프로그램에 출연, "(일본)정부의 주장을 교과서에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