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보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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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단 한번의 멋진「슈팅」도 하지 못한채 한국의 축구「팀」은 어이없이「쿠웨이트」에 졌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축구 선수들이 이긴 것만도 큰 기쁨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 우리에게 진 북한선수들이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기가 끝나자 북한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퇴장했다고 한다. 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짐작할 만도 하다.
사람이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는 여러 가지 까닭이 있다.
너무 기쁠 때에도 눈물이 나온다. 웃음이 지나쳐도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분을 이겨내지 못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슬플 때 눈물을 흘리는게 보통이지만 북한 선수들의 눈물은 그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실력이 월등한데 운이 나빠서 진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분을 참다못해 흘린 눈물도 아니었을 것이다.
북한 선수들은 돌아가면 우선 이른바 『자아비판』을 강요받을 게 틀림이 없다 .관계자들이 호된 서리를 맞을 것도 예상된다.
아마도 이런 두려움이 뒤섞여서 흘린 눈물이었을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싸우는 동안 만여명의 한국인이 태극기를 휘두르고 농악 춤을 춰가며 열띤 응원을 해주었다.
그러나 북한 쪽은 응원단도 없었다. 북한선수들은 한국선수들이 이를데 없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국력의 차이만이 아니라 자유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와의 차이를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음놓고 외국에 나갈 수 있고 마음놓고 응원할 수 있는 사람들의 함성을 등에 업고 아무 뒷걱정 없이 싸울 수 있는 한국선수들에 대한 부러움이며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서글픔이 겹쳐져서 쏟는 북한선수들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자유란 이처럼 고맙고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자유를 누리고 있는 동안에는 자유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응원단이 한명도 없는 북한선수들의 외로운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를 새삼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유를 지켜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우리네 자유를 앗으려는 어떠한 힘도 물리칠 수 있는 국방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군대가 있다 .이게 바로 우리가 6·25에서 배운 뼈저린 교훈이다.
오늘은 국군의 날.
보무도 당당히 거리를 누빈 국군의 군화소리는 바로 자유의 보루를 다지는 소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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