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혼수는 의타심만 기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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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혼수예절과 소비자제」를 주제로한 소비자 「세미나」가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주최로16일(상오10시∼하오3시40분) 새로나백화점 6층에서 열렸다. 결혼 「시즌」을 맞아 분수에 맞지 않는 과다 혼수풍조를 반성하고 우리시대에 알맞은 「혼수예절과 소비자세」를 모색해보자는 의도에서 마련된자리 강사로는 이길표(성신여대교수) 이속원(이화여대교수) 이문웅 (서울인교수) 김학기(보사부 사회개발담당관) 김용영(건국대교수)씨등이 참석했다.
먼저 「혼수마련과 양가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 이길표 교수는 『혼비를 둘러싼 허례허식은 이조시대 때에도 만연, 조정에서 여러차례 금제를 내린바있으나 잘 시행되지 않았다』고 전제, 이는 「평생에 한번뿐」이라는 의식이 지배했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풍조는 경제성장이 어느정도 이룩된 오늘날 더욱 심해져 아무리 정성을 다한 혼수라도, 유행하는 「최고급」이 아닐 때에는 할 도리를 못한 것으로 피차가 생각하는 경향조차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젊은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을 개척하도록 서서히 돕는 것이 자녀의 성취의욕과 독립심을 길러주는 사려깊은 부모의 사랑』이라고 강조하고 분수에 맞는 혼수의 실례로 『반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국산옥이나 자수정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혼전에 신부에게 미리 예물을 주거나 혼수구경을 하는 것은 모두 양반집에서는 볼수없는 상풍속이었다는게 그의 따끔한 지적.
「혼인풍습의 변?」이란 제목으로 강연한 이문웅 교수는 유교적인 가치관에서 나온 우리의 전통적 혼인풍습을 소개하고 나서 『오늘날 과다혼수풍조는 신랑· 신부간에 교환하는 예물이 곧 사회경제적 지위의 척도로 간주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혼수예절에는 자녀에게 독립심을 길러주기 보다는 복종과 순종의 도만을 강조해온 교육관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면서 부모들의 자세부터 바뀌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 김학기씨는 「혼수예절과 소비자세」라는 주제강연에서 과다한 혼수치레는 정신적 열등감을 가진 벼락부자들이 권력이나 두뇌를 가진 집안과 정략결혼을 할때 뇌물을 바치듯 물량공세를 펴는데서 생겨난 악습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의하면 미국 영국 「프랑스」등 선진국의 결혼비용은 보통 5∼6「달러」, 많아야 10「달러」라는 것.
김씨는 부자이면서도 아들에게 한푼의 보조도 해주지 않아 스스로 삶을 개척하게한후 회사를 맡긴 어느 전직장관의 이야기를 조금 극단적이긴 하나 바람직한 「케이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족법과 혼수」에 대해 이야기한 김용영 교수의 주장도 다른 강사들과 비슷하게 펼쳐졌다. 즉 『혼수는 혼인의 성립을 위한 예절의 표현일 뿐이며 과다한 혼수를 고집하는 것은 자기의 인격에 어떤 재산이 첨부되어야만 상대방의 인격과 대등하게된다는 열등의식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얘기다.
혼인을 계기로 부모의 재산을 상속하려는 일부의 풍조는 기혼의 여식에게도 엄연히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법(민법제1000조1항1호· 제1009조2항)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 그는 이미 지참해간 혼수는 상속분에서 감해지는 연행법(민법제1008조)도 아울러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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