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성 전염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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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절기를 맞아 각종 질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과 밤의 기온 변화가 심한 이맘때면 으례 감기에 걸리기 쉽고 결막염등 눈병도 유행하게 마련이지만 이상저온 현상이 오래 계속된 금년의 경우 뒤늦게 수인성 전염병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질병이 다 그렇지만 전염병은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사람·병균·환경의3각 관계가 그런 대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면 괜찮으나 기상이변이라든지, 장마 등으로 그 균형이 깨질 때 이런 질병은, 창궐하게 마련이다.
특히 불길한 식수나 음식물을 통해 병원이 인체에 잠입하는 수인성질병은 해안지방, 장마가 휩쓸고 간 수해지역이나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아 식수난을 겪는 도시의 고지대 등에서 많이 발생, 해마다 수천 명이 이환 해서 그중 50여명이 목숨마저 잃는 실정이다.
선진국에서 수인성전염병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완벽한 상수도 보급을 통해 위생적으로 처리된 식수를 공급하기 때문이며,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체인구의 반정도가 아직껏 우물물, 냇물 등 비위생적인 물을 마시고 있어 수인성질병이 번질 소지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철저한 위생관념을 갖고 음식에 주의를 하면 이러한 질병의 창궐은 예방할 수 있고 설혹 전염병이 유행한다 해도 옛날처럼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 분야에 있어 현대의학은 큰 발전을 보이고 있다.
수인성질병을 예방하는 길은 무엇보다 음식은 익혀먹고 물은 반드시 끓여서 마시는 일이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장염「비브리오」균은 섭씨60도 이상의 고온과 4도 이하의 저온에서는 살지를 못한다.
음식물을 끓여서먹고 행주나 식기 등 조리기구의 위생처리를 철저히 하면 자연 수인성질병이 틈입(틈입)할 여지는 없어지고 만다.
파리나 모기뿐 아니고 바퀴벌레·개미 등에 의해 병균이 옮겨지는 일이 많으므로 주변환경을 항상 청결하게 하고 병균이 침입해도 이겨낼 수 있게끔 평소 건강관리와 영양섭취에도 신경을 써야함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각종 수인성 질병이 연례행사처럼 나돈다는 것은 문명국의 체면에 관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생식수의 보급율을 높이는 일에서부터 청결한 생활환경에 이르기까지 수인성 질병방제를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시책과 계단이 요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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