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의 풍자와 해학에 끌려…|5백여점을 수집한 이승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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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코가 비뚤어진「양반탈」, 곰보자국에 주근깨 투성이의「쇠뚝이탈」, 온통 이마가 주름살로 덮인「노총각탈」-.
부산시 동래구 구서형126 이승환씨(31)의 3평 남짓한 방에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갖가지 탈이 그득해 탈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이씨가 우리 전통예술품인 탈을 올바르게 전승하고 보급하기 위해 탈 수집에 나선지 7년만에 5백여점의 탈을 모았다. 소장한 것 가운데는 경남고성지방의 오광대놀이때 쓰는 양반탈을 비롯, 문화재급 탈도 10여점 이나 된다.
이들 탈은 대부분 옛날 서민층에서 신분 높은 양반들을 은근히 빗대어 만든 것들로 모양과 색깔에서 당시의 풍속도를 어림하게 한다. 무형문화재 기능전수자인 이씨는 청양대 경영학과 1년때 대학내「서클」인 전통 예술연구회에 가입, 봉산탈춤을 공연하면서 주연으로 분장했던 것이 인연이 돼 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씨는 학생신분으로 서울시내 골동품상은 물론 전국을 돌아 다니며 탈을 하나씩 하나씩 수집했다.
탈 수집을 하는 동안 이씨는 탈의 매력에 끌려 탈을 만들기로 결심, 방학때면 경기도 양주군 구리읍에 사는 인간문화재 이명호씨 (72)를 찾아가 문하생이 되었다.
이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모 무역회사에입사, 1년남 짓 직장생활을 했으나 끝내 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7년 전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탈의 수집과 함께 제작에 나섰다.
올들어서만도 미국「뉴욕」무역상에 각종 탈 3천여개를 만들어 수출 했으나 자신이 만든 제품을 이제까진 국내사관은 하지 않았다.
이유는 아직도 시민들의 대부분이 전통예술인 탈에 대한 관심이 없어 조상들의 얼과 한이 담긴 탈을 상품으로 팔고싶지 않기 때문.
탈은 박으로 만드는「박달」과 문종이로 만드는「지탈」등 두가지로 크게 나뉘었으나 지금은 대부분「지탈」이 성행하고 있다.
지탈의 경우 1개만드는데 드는 제조기간은 1주일정도.
맨처음 연한 찰흙으로 탈의 모형을 본뜬다. 제작과정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은 옛탈의 원형을 복원하는 것.
찰흙이 단단해지면 문종이를 찰흙에 1장씩 단단히 붙여 8∼9장 정도 겹친다. 다음은 잘 말려 원형데로 본뜬 찰흙을 뽑아내고, 만들어진「지탈」의 수정작업과 함께 탈의 얼굴에 입과·코·눈등을「페인트」로 그려 넣고 개성을 살린다.
이씨의 탈 수집과 제작에 대한 의욕은 대단하다. 민속탈을 현대감각에 맞춘 인형이나 벽걸이탈등을 새로 개발해 대중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급 옛조상들의 탈을 더 수집, 탈박물관을 건립해 전통공예의 심오한 진가를 국내외에 알리겠다는 것이 이씨의 더 큰 포부다. 글= 유원우 기자 사진=성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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