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림주택 건축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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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서민들의「내 집 마련」꿈에 실망을 안겨주는 악덕 연립주택건설업자들을 철저히 단속하기로 했다. 건설부는 지금까지 50가구 이상에 대해서만 연립주택 건설승인을 받도록 했던 것을 5가구 이상에까지 정업승인허가를 확대하고 토지소유주라야 건축을 할 수 있도록 종래의 대지 사용 승낙제를 폐지하는 내용의「연립주택 건설촉진법」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특히 연립주택의 각종비위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착공전에 대금을 착복, 도주한자나 일동분양자, 부실공사를 한 악덕업자를 조사해서 처벌함은 물론, 면허를 대여한 시공자와 감리를 소홀히 한 건축사의 면허취소 등 행정조치를 춰하고 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해서도 징계등 처벌을 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서민들의 올려온 악덕건설업자들에 대해 추적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이번 조치는 때늦은 감은 있으나 영세서민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서울을 비롯해서 인접소도시에까지「붐」을 이루며 건립되고 있는 연립주택이 대부분 날림으로 지어져 입주자들에게 큰 피해와 불편을 주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입주하자마자 벽에 금이 가고 빗물이 새 벽지와 마루바닥이 내려앉는가 하면,「보일러」시설, 상하수도 시설등의 고장이 잦아 모처럼 내 집을 마련했다고 기뻐하던 서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립주택이 들어선 곳은 악취가 나는 하천변이나 저습지, 또는 간선도로나 철도 변이어서 주민들에게 소음·분진·악취등 각종 공해피해까지 주어왔다.
일부업자들은 남의 땅을 대여 받거나 은행에 저당 잡힌 땅에 연립주택을 지은 후 입주자 들로부터 분양금을 받아서 달아나거나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 허가당시의 설계를 어기고 값싼 불량자재로 집을 지어 준공검사도 받지 않은 채 부실주택을 팔아온 것이다.
입주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경우는 업자들의 일동매매 때문에 일어난다. 지난 7월 서울신정동의 어느 연립주택은 업자의 무더기 일동매매 행위로 서로 입주권을 다투다 한사람이 목숨을 잃은 딱한 사건마저 생겼다.
이런 현상은 연립건축업자의 상당수가 한탕만을 노리는 소규모영세업자들인데다 당국이 무면허업자에게 건축허가를 남발하고 감리·감독마저 지극히 형식적이고 미온적으로 해온데 기인하고 있다.
건설부가 현행 연립주택 건설촉진법을 개점키로 한 것은 새로운 사회문제가 된 연립주택의 부정을 근원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게된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국이 영세서민들 편에 서서 안락하고 불편 없는 주거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최선의 자세를 갖는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연립주택이 잦은 말썽을 일으키자 당국은 일제 시설점검·하자부분의 즉시보수 등을 누차 강력 지시한바 있지만 결과는 흐지부지되고 만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새 시대를 맞아 이 같은 용두사미식 행정지시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당부해 둔다.
비단 연립주택만이 아니고 모든 건축물은 시간이 걸리고 돈이 더 들더라도 견고하고 튼튼하게 짓는 것이 보다 경제적인 것임을 다시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부실공사란 따지고 보면 일종의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당국의 이번 조치가 모든 건조물에서「날림」이란 말을 일소시키는 계기로 이어지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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