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남아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민학생들에 대한 집단급식 등으로 당국이 우유소비확대를 위해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우유의 절대량이 남아들고 있다.
이같이 우유의 절대량이 남아돌고 있는것은 최근 몇 년 새에 젖소의 사육수가 급격히 늘어 우유 생산량이 많아진데 비해 우유 소비량은 불황 등으로 수요가 늘지 않고 있기 때문. 남는 우유를 전지분유 등으로 처리하고도 쌓이는 우유를 처분하지 못하게 되자 이같이 국민학교 집단급식을 실시토록 하고 있지만 이마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체화현상을 빚은 우유소비를 위해 우유가두선전판매 및 무료시음 등 소비촉진을 위한 갖가지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더우기 올 들어 배합사료 값까지 두 차례나 올라 낙농업자들은 목장을 방매하거나 젖소를 고깃소로 파는 일까지 있다.
낙농업자들은 국민학교 집단급식 등이 임시방편으로 소비처를 찾는 것일지언정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 유제품의 개발 등 소비확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남도의 경우 지난해 2만5천t의 우유를 생산, 97.4%를 소비하고 77t을 분유로 이월시켰으나 올 들어서는 상반기까지 1만5천3백87t을 생산, 이중 75.6%인 1만1천6백36t밖에 소비하지 못했다.
올 들어 우유생산은 지난해보다 15%가 늘었으나 소비는 15%가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부산·경남우유협동조합과 울산·울주 축협, 「야쿠르트·비락」 회사 등에는 7월말 현재 18억원어치나 되는 분유 5백80t이 재고로 남았다.
젖소는 지난해 말에 1천1백96가구에 9천7백50마리던 것이 지난 6월말 현재 1천2백98가구에 1만2천9백74마리로 늘어났고 이들 증가분 가운데 7백50마리는 외국에서 도입한 것이다.
도 당국은 당초 올해 안에 젖소 3천마리를 도입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도는 우유소비촉진을 위해 35개 시범 국민학교를 지정, 무료 또는 공장도 가격 이하로 공급하고 1천2백여 초·중·고등학교 학생 87만명에게는 우유급식을 권장, 오는 12월5일까지 1천3백여t을 소비시킬 계획이다. 이밖에도 각 기업체와 공무원교육원·관공서 등에서도 음료수 대신 우유 마시기 운동을 펴고 전지분유도 공장도 가격(㎏당 3천1백50원)으로 관공서나 기업체 등을 통해 팔고 있다.
전국 낙농의 51.8%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는 8만5천마리의 젖소에서 연간 22만1천t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10∼20%씩 증가해 우유생산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우유소비량이 격감, 하루생산량 6백90t 가운데 90여t이 남아돈다. 경기도는 학교 우유급식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4개 시범학교의 소비량은 겨우 5t으로 근본대책이 못되고있다.
충남의 낙농가는 2천2백71가구, 젖소는 2만2천1백47마리, 작년보다 2천3백66마리가 늘었다. 월 우유생산량은 5천t. 이중 유제품으로 1천5백t을 처리하고도 5백여t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팔려고 내놓은 젖소가 많아 젖소가격이 떨어져 하루 20㎏의 우유를 짜는 큰 젖소의 경우 작년에 1백40만원하던 것이 1백20만원으로 내렸다.
충남도는 1일부터 22개교를 우유시범급식학교로 지정, 9천4백명의 학생들에게 집단급식하고 있으나 시유 처리장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50%밖에 소비되지 않고 있어 나머지는 유제품 가공업체에 억지로 맡기고있다.
경북도는 하루평균 75t을 생산, 이중 40%(30t)만 소비되고 나머지 60%(45t)가 남아돌고 있다. 이 때문에 젖소·목장 값이 폭락하고 방매사태가 빚어져 금천시 부곡동 서흥목장(주인 박전유)의 경우 지난해말 1마리에 1백20만원에 입식 시킨 젖소 37마리를 20만원씩 손해보고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다고 불평했다.
당국은 도내 학교에 집단급식 할 계획이나 위생적인 처리공급이 문제다. 1천30개 국교중 42개교를 제외하곤 학교에 냉장고 등 보관시설이 없다.
또 안동시 송현동의 낙농가 박명규씨(44)는 젖소 4마리가 송아지를 수태했는데도 도입 때의 절반 값인 60만∼70만원이며 이마저 살 사람이 없으며 생후 2∼3년짜리 송아지도 2년 전엔 30만원이던 것이 절반 값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인천에서는 최근 우유판매의 부진현상이 더욱 심해져 조합원 4백50여명에게 주는 원유대금(월 2회 지불)의 4% 정도를 전지분유로 ㎏당 3천2백원씩에 나누어주었다.
또 직원 1백23명의 8월분 봉급지급 때 봉급의 5%를 분유로 지급했다.
전남도는 월 평균 생산되는 2천6백70t의 우유 중 30.2%가 남아 재가공하기 위해 타 시·도로 내보낸다.
도는 6백86개 초·중·고교에 집단 급식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실효는 의문.
도는 각 기관에서 우유 먹기 운동을 벌여 각종회의 때, 청량음료 대신으로 다방·구내식당 등을 통해 많이 팔도록 하고있다.
안양시는 지난 6월 낙농업자 1백50명을 동원, 길거리에서 1백20원짜리 봉지우유 1천5백개를 행인들에게 무료증정, 우유 마시기 「캠페인」을 벌였고 관내 2백44개 기업체에 소비계획 의뢰서를 공문으로 보냈다.
낙농업자 이병증씨(58·인천시 숭의동 34)는 『육류·유당·콩 등의 수입을 규제해야 한다』며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에 수입 콩을 대량으로 쓰고 있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낙농협회 부회장 최병진씨는 『우유가 남아돌면 아동급식을 시키고 모자라면 시키지 않는 등 획일성 없는 시책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유제품을 다양하게 개발, 소비를 늘리는 등 차원 높은 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전국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