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가족, 용서하려 했지만 뒤늦게 진상 알고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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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 재판이 열린 5일 군 관계자가 28사단 군사법원 앞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에게 재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윤 일병 가족은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최소화한 채 교회 예배 등을 통해 슬픔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족이 가혹행위의 진상을 최근까지 알지 못하고 있었음은 여러 증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5일 군 인권센터 관계자는 “윤 일병 유족은 처음엔 기도폐색으로 숨진 줄 알고 있다가 시신 곳곳의 멍을 확인하고야 폭행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잔혹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군 인권센터가 관련 수사기록을 확보하기 전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일병 사건 공판을 지켜본 재판 관계자도 “유족이 수사기록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군 검찰이 허가하지 않아 못 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건 초기 윤 일병 가족을 도왔던 유모(51) 변호사는 “사건 자체는 군 검찰이 알아서 잘 수사할 거라고 생각해 순직 처리나 국립묘지 안장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윤 일병 가족은 가해자들을 용서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일병이 생전에 가족과 함께 다니던 교회의 한 지인은 “믿음이 워낙 강한 분들이라 ‘신앙심으로 가해자들을 용서하려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회 관계자 역시 “○○의 부모님은 ‘가해자들 역시 누군가의 자녀’라고 말하며 그들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 일병 장례식에서도 ‘용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교회 담임목사인 서모씨는 발인 예배에서 “성경 속 ‘아벨’은 하나님의 삶을 실천하다 형 ‘가인’의 질시를 받고 맞아 죽었다. ○○는 천국에서 부모와 형제, 가해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족과 친지들은 가혹행위 사실을 지난달에야 뒤늦게 알고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한편 이날 오전 28사단 군사법정에서 열린 4차 공판에서 군 검찰은 이모(26) 병장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추가했다. 관할 법원도 3군사령부로 변경됐다. 윤 일병 가족은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가해 병사들을 향해 “어떻게 아이를 그렇게 때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가해 사병은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지만 주동자인 이모(26) 병장은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고석승·윤정민 기자

공현정(이화여대 정치외교학)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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