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덜 깬 아침, 거울 보면 "북어국 드세요"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지!!”

 전날 과음한 왕비가 커다랗게 외치자 거울에 백설공주의 얼굴이 나타난다. 거울은 얼른 왕비의 안색을 체크한 뒤 아침식사로 콩나물북어국을 추천하고, 최근 뜨는 미용 정보를 속속 화면에 보여준다. 왕비는 짜증이 솟구쳐 ‘드레스 입어보기’ 버튼을 눌렀다. 거울엔 곧 수십 벌의 드레스가 나타났고 왕비는 두 시간 동안 이 옷 저 옷을 가상으로 걸쳐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동화가 아니다. 거울이면서 터치스크린 역할도 하는 이 제품은 올 2월 LG전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선보인 ‘LG보드(LG Board)’다.

 제아무리 정보기술(IT)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돼도 ‘보여지는’ 디스플레이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세상 모든 기술의 창(窓)인 디스플레이는 어디까지 진화했을까. 당장 5~10년 뒤 우리는 어떤 디스플레이에 둘러싸여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게 될까.

2025년엔 82조원 시장 열려

 화면이 투명하고 게다가 돌돌 말릴 경우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해리포터가 보던 ‘예언자 일보’처럼 종잇장 무게의 신문을 펼치면 기사에 따라 사진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여질 수 있다. 일반 창문이나 거울을 디스플레이로 대체해 ‘정보창’으로 쓸 수 있다. 또 집안이나 직장에서도 스크린을 터치해 손쉽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2년부터 투명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를 ‘신시장 창출형’ 국책과제로 선정했다. 이게 성공하면 2025년에는 관련 매출 82조원, 수출 560억 달러, 고용 8만4000명 등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걸로 보고 있다.

 주관 기업인 LG디스플레이는 최근 18인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18인치 투명 OLED를 동시에 개발했다. 이 분야 기술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화면은 필름 같은 느낌이라 무게가 거의 안 느껴진다. 물 묻은 손으로 잡아도 괜찮고 힘을 줘서 반지름 3㎝의 원으로 말아도 화면 속 영상은 잘만 굴러간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까지 투명하면서도 휘어지는 60인치급 대형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걸 목표로 한다.

 여기서 잠깐. 투명한 화면은 뭐가 좋을까.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단지에서 만난 김정현 투명플렉시블디스플레이(TFD) 사업운영단장은 “기존 TV나 패널은 꺼놓으면 그냥 시커먼 화면인데 투명하면 뒤에 걸린 그림도 보이고 옆에 화분도 보이며 주변 공간과 어울려 감성적으로도 아주 좋다”고 말한다. 게다가 컴퓨터로 쓰면 두 사람이 마주앉아 동시에 작업을 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목표는 유리창처럼 90% 이상으로 투명도를 높이는 일. 개발에 성공한 뒤 양산에 1~2년이 걸리더라도 2018~2019년께에는 동양화 족자처럼 돌돌 말리는(rollable) 60인치 TV나 손수건처럼 착착 접히는 스마트폰을 만나 볼 가능성이 커졌다. 아파트 현관문이 좁아 대형 TV를 사다리차에 실어 베란다로 옮기는 풍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입체 홀로그램 스마트폰 2027년께 등장

 현재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들만 해도 10년 전엔 ‘꿈같다’고 했을지 모른다. 기술의 발전과 일상에 침투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전망이다.

 IT벤처업체인 아이카이스트가 개발한 대형 멀티 터치테이블을 사용하면 팀원 전체가 둘러앉아 자료화면을 손가락으로 휙휙 넘겨가며 회의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다리가 아프면 다 같이 시내가 내다보이는 투명 디스플레이 창으로 가서 자료를 이리저리 손가락으로 주고받으며 논의를 계속할 수도 있다.

 3D TV가 요즘엔 살짝 주춤하긴 하지만 3D 디스플레이는 늦어도 10년 뒤엔 완전히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경을 써야 하거나 화면에서 가까운 대상을 볼 때 눈이 피로한 부분도 개선되는 중이다. 앞으로 5년 뒤면 안경이 필요 없는 3D TV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D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스마트 IT융합산업 발전으로 직결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의 추혜용 차세대디스플레이연구단장은 “대화면 무안경식 3D TV나 3D 실감형 원격회의 시스템, 의료용 디스플레이, 스마트 교육용 디스플레이 등이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주 디스플레이 단지에 설치된 3D터널은 취향에 따라 새가 나는 창공이 됐다가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닷속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생생한 3D 화면이 거실이나 사무실 벽면을 장식하며 또 다른 인테리어 재료가 될 전망이다.

 홀로그램 기술은 현재 전문가들이 가장 진땀을 빼고 있는 분야다. 사람이나 물체가 오롯이 허공에 ‘강림’해 보여지려면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데이터와 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술도 2027년께면 우리의 스마트폰에서 입체 홀로그램 영상이 떠오르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소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