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묵 '敬天' 천주교 품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4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별관 회의실에서 ‘안중근 의사 유묵 경천 전달식’이 열렸다. 8일부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왼쪽부터 염수정 추기경, 김종박 잠원동성당 사목회장, 박삼중 스님. [김형수 기자]

서울 잠원동 성당은 4일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유묵 ‘敬天(경천)’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에게 전달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 의사는 뤼순(旅順) 감옥에 갇혀 순국할 때까지 220여 점의 글을 남겼다고 한다. 그 중 50여 점이 전해지고 있다. 안 의사의 오롯한 정신에 감동한 일본인들이 당시 비단과 종이를 들고 글씨를 받으려고 줄을 섰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처형 직전에 일본인의 부탁을 받고 쓴 ‘敬天’은 ‘신앙인 안중근’을 보여주는 아주 드문 작품 중 하나다.

  뤼순 감옥 소장의 손자가 보관하고 있던 이 유묵은 20년 전에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졌다. 박삼중 스님이 일본을 오가며 소장자를 설득한 끝에 매입했다.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장에 7억원에 나왔으나 유찰됐다. 이후 염 추기경의 동생인 염수의 신부가 주임신부를 맡고 있는 잠원동 성당 사목회가 5억여 원에 사들였다.

  염 추기경은 “정말 감격스럽고 은혜로운 날이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안 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그동안 교회가 안 의사를 잘못 판단한 과오를 인정한 바 있다. 세례명이 토마스인 안 의사는 철저한 신앙인이었다”고 말했다. 박삼중 스님은 “‘敬天’은 하늘을 공경하라는 뜻이다. ‘하늘 무서운 줄 알아라. 동양 평화를 유린하는 너희는 반드시 망하고 만다’는 뜻이 담겼다고 본다. 유묵이 천주교로 가서 대단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