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전-전후 세대가 보는 한일 양국의 상호견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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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인적으로 접촉해 보면 일본사람들은 무척 친절하고 신용이 있다. 문화적 깊이나 교양도 있고 이쪽 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도 한다.
그러나 나라대 나라라는 차원에서 보면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타난다.
한일무역 불균형의 확대나 재일 교포에 대한 차별대우 등이 좋은 예다.
우리가 6·25등의 여러 시련에 시달리고 지금도 남북대치의 무거운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데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사실 일본은 낮은 방위부담 때문에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또 오늘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데 거기엔 미국의 핵우산과 아울러 한국의 희생도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요즘 방위비 증액논쟁이 한참 일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래도 GNP에 대한 방위 비의 비중은 1%도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개발비용이 무척 아쉬운 처지에서도 정부예산의 35%, GNP의6%를 방위 비로 쓰고 있다. 한반도의 안정이 일본의 안전에도 필요하다는 말을 일본측도 많이 하고있지만 진실로 이에 상응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선뜻 수긍하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아직도 일본은 한국에 대해 높은 무역장벽을 치고 있으며 자본·산업협력 면에서도 불만스러운 점이 많다.
한일관계를 흔히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아직 한일 간에 마음의 가교가 놓이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설할 수 있다.
한일 간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불가분의 사이인데 정다운 이웃이 되기 위해선 현 처지에서 어느 쪽이 더 마음을 써야 할 것인가.

<「오리엔탈」시계사장· 58세>

<이웃 잘 되면 서로 이익|겸허한 자세로 협조를>
몇 해 전 한일 친선경기에 참가했던 친구가 일본에 머물고 있는 동안 한때 동양척식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그 집 주인이 아직도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하나인지 묻기에 대답대신 웃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와 무척 밀접한 관계에 있어 가장 우리를 잘 알 처지에 있는 일본, 일본인들이 그처럼 우리한국에 대해 모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군다나 일본의 기업인들은 한국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들은 아직도 한국에 대해 과거의 환상 속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국제사회에서 더욱더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일본도 평등의 원칙 속에서 공존함이 최선이라는 것을 깨달아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많은 자본과 기술을 일본에 의존해 왔고, 그 결과 1백63억「달러」에 달하는 누적된 무역역조현상을 나타내게 되였다.
이와 같은 한일 무역불균형은 근본적으로 두 나라의 경제발전 단계 및 산업구조의 격차와 수입의 지나친 대일 편향에 의한 생산구조에 기인하지만 그 심부에는 일본이 한국기업과 상품에 대한 선입관을 갖고 있는 과거의 의식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에도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은 한국의 새로운 세대가 앞으로 대의무역의 시야를 어디에 둘 것이냐에 대해깊이 인식하고 대처해 주었으면 좋겠다.
일본은 안정적인 인접 수출시장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일본의 이익에 직결되는 길이라는 고차원의 인식아래 과거의 의식구조에서 탈피하여 새롭고 겸허한 자세로 한국의 협조자가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대양플라스틱상무·36세>

<한국을 말한다|정치적으로 매우 성숙|협력의 의미 바꿔져야>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그렇게 단시일 안에 훌륭한 헌법을 만들 수 있을까』 『한국경제가 파탄하지는 않을까』고….
그러나 나의 한국관은 확실히 말해 매우 낙관적이다.『무슨 일이 있어도 끝내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나라다. 매우 열심이고 우수하며 일본의 예를 참고하는데도 뛰어나다』 는 것이 평소의 내 소신이다.
확실히 한국인은 일본인에 비해 정치적으로는 매우 성숙한 국민이다. 일제시대의 긴 괴로움, 해방의 환희를 채 만끽하기도 전에 다시 몇 번인가 변한 전후정치. 그동안 한국인은 정치적으로 매우 성숙하여 정치음치라는 일본인과는 다른 감각을 갖고 있다.
한국경제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 일본의 생각이다. 그러나 특히 최근 나는 한국에 가 보았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거리모습, 내가 만난 사람들의 언동 등을 보고 일본에서 말하는 한국경제 난국이라는 것은 선입견을 갖고 말하는 입버릇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깨달았다. 흔히 예를 드는 「인플레」·불황·실업 등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는 새로운 형태로 변해가야 할 것 같다.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의 한일 협력은 그 대상이 돈이든 물건이든 기술이든 간에 요컨대 경제를 물량적으로만 생각하는 사고방직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하다고 본다.
정신적인 문제도 내포된 경제, 이 같은 발상으로 사고방식을 바꾸어 서로 협력해나감으로써 비로소 참된 한일협력이 정착되어질 것으로 ale고 있다.

<세계 경제조사회 이사장·81세>

<경제적 탄력 느끼지만|막연한 거리감 아직도>
한국과 일본은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먼 나라라는 것인데 나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정치적 상황이다.
북한과 대치하고있는 한국의 현실, 언젠가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들이 연상되어 일본과는 매우 거리가 먼 나라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한국의 보석을 보고싶다.
한국인을 처음 만난 것은 초등 학생 때부터인데 주위로부터 재일 한국인은 너무 가난하고 그래서 항상 말썽만 일으킨다고 듣긴 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백제문화·불교문화 등을 보면 옛날에는 한국과 일본이 같은 문화권에 있었다고 믿어지나 지금은 한국은 일본에 비해 뒤떨어진, 강력한 군비를 갖춘 나라라는 「이미지」다.
조선·섬유 등의 산업은 일본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는 말도 들어 경제적으로는 탄력 있는 나라인 것 같지만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아직 불안한 나라인 것 같다.
한국이 공산화되면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의 안정은 일본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삼능상사 사원·3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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