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력 그대로 … 번개 볼트, 다시 번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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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가 11개월 만에 번개 세리머니를 펼쳤다. 볼트는 커먼웰스 게임 육상 4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따냈다. [글래스고 AP=뉴시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8·자메이카)가 다시 달렸다. 폭발적인 스피드는 변하지 않았다. 육상계는 다시 뜨거워졌다.

 볼트는 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햄프던 파크에서 열린 2014 영연방경기대회(커먼웰스 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 대표팀의 마지막 주자로 출전했다. 그는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를 펼치며 37초58의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고 팀에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해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14차 대회 이후 11개월 만에 공식 경기 트랙에 서서 환하게 웃었다.

 볼트는 지난 3월 왼발 부상 때문에 올 시즌 한 대회도 나서지 않았다. 개인 첫 100m 세계신기록(9초69)을 세웠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가장 긴 공백이었다. 그러나 볼트는 변하지 않았다. 2일 열린 예선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조 1위로 골인한 볼트는 결선에서도 특유의 여유있는 모습과 압도적인 실력으로 관중을 즐겁게 했다.

 결선 경기장에는 경기 30분 전까지 비가 내린데다 5만 여 관중 다수가 외투를 입었을 정도로 쌀쌀했다. 그러나 볼트는 레이스 전 경기장에 울러퍼진 음악에 맞춰 가볍게 춤을 추고, 중계 카메라가 다가오자 두 팔을 뻗는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치며 분위기를 달궜다.

 결선 레이스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종결자 역할을 해냈다. 300m 구간까지 자메이카는 잉글랜드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자메이카 3번 주자 니켈 아슈미드가 볼트에게 바통을 넘기는 순간 승부가 결정났다. 볼트는 바통을 잡자마자 가속도를 붙이며 잉글랜드의 최종 주자 대니 탈보트를 중반 이후부터 따돌렸다. 안정적인 주법과 탄력 넘치는 막판 스퍼트는 여전했고, 부상 후유증은 없었다.

 경기를 마친 볼트는 곧바로 관중석으로 다가가 사인 요청에 화답하고, 자신에게 뻗은 팬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았다. 우승 뒤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도 선보였고, 한 팬이 선물한 격자 무늬의 스코틀랜드 전통 모자를 쓰고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볼트는 “날씨가 추웠지만 에너지는 넘쳤다”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경기장에 나오는 음악에 빠져들었고, 관중의 함성에 즐거웠다”며 흐뭇해했다. 볼트는 8월 한달 동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폴란드 바르샤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3차례 대회에 주종목인 100m만 출전한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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