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버스 전자계수기 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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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자감응식 신호등이 설치되는 것과 때를 맞춰 「삥땅」감시용 계수기에도 「전자감응식」이 등장했다. 지난76년 시내 「버스」에 처음 등장한 이후 여러 차례 시비의 대상이 돼 한때 당국에 의해 강제철거까지 됐던 계수기가 종래의 계단식에서 최근에는 전자식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 다시 설치된 것. 특히 이번에는 안내양 없이 운행되고 있는 직행좌석「버스」에 많이 설치 돼 운전사들은 승객이 타고 내릴 때마다 요금 받으랴, 문열고 닫으랴, 계수기에 신경 쓰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운전사들과 승객사이에 시비가 잦고 안전운행에도 큰 문제가 되고있다.
서울시내 광화문∼잠실을 운행하는 T운수소속 직행「버스」의 경우 이 회사소속「버스」13대 모두가 전자감응식 계수기를 부착한 채 운행하고 있다.
계수기가 부착된 곳은 운전석 바로 뒤 2번째 좌석 밑 부분.
가로20cm·세로8cm가량의 네모난 철판상자속에 든 이 계수기는 전자계산기모양으로 승객이 「버스」입구 발판을 통해 오르내릴 때마다 1백 단위의 숫자가 하나씩 는다.
언뜻 보아서는 승객들은 계수기가 설치된 「버스」인줄 알지 못한다.
T운수가 소속 직행 「버스」들에 이 계수기를 설치한 것은 지난달 말.
안내양없이 운행되는 직행「버스」라 때때로 말썽이 됐던 안내양들에 의한 「삥당」시비는 일지 않는다 해도 회사측은 운전사들에 의한 「삥땅」우려조차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것.
T운수는 계수기사용 1개월이 지난 요즈음 예전에 비해 수입금이 20∼3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행 「버스」에 계수기를 설치하는 문제는 운전사 당사자들 외에도 승객들에게 큰 불편을 줘 심한 반발을 사고있다.
출·퇴근 때마다 T운수소속직행「버스」를 이용한다는 조인항씨(34)는 「버스」가 정차할 때마다 운전사가 승객들이 어떻게 발판을 밟고 내려서는가에만 신경을 써 자꾸 뒤를 돌아다보는 탓에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며 『가뜩이나 안내양 없이 운행되는「버스」에 운전사가 돈을 받으며 발판에도 신경을 써 안전운행에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22일 T운수직행「버스」를 타고 2∼3세 된 아이들 2명과 함께 영동「아파트」앞에서 내리던 전윤씨(36)는 운전사가 갑자기 『아이들을 안고 내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이유를 몰라 실랑이를 벌었다.
아이들이 계수기를 통과하면 계수기숫자가 올라간다고 운전사가 이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한 것.
지난28일 하오3시쯤 무교동정류장에서 계수기가 설치된「버스」에 잘못 탔던 이화씨(29·여·서울 강서구 신월동산6)는 내리려하자 운전사가 『입구 승강대를 밟지 말고 뛰어내리라』고 고함쳐 『내가 「타잔」이냐』며 실랑이를 벌였다.
특히 퇴근시간 때엔 입석·승객들까지 가득 태우고 달리는데 발판에 서있던 입석승객들이 내리는 승객들을 위해 정류장에서 잠시 내렸다 다시 올라 타려해도 운전사가 이를 막아 시비가 벌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계수기설치에 따라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역시 운전사들이다.
운전사 김모씨(43)는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워도 계수기숫자와 실제 승객 숫자가 맞지 않는다』며 요금이 3백원씩이나 돼 착오가 생길 때마다 요금차액도 엄청나다고 울상이었다.

<이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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