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일본언론의 한국 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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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부 일본언론의 대한보도 자세가 공정을 기하지 않아 그것이 한일 두 나라 국민간의 우호관계에 적잖은 장애요인이 되어 왔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일부 일본언론의 편의적이고 부정확한 대한보도 태도는 한국의 국내사정이 어려울수록 더욱 극성을 떨어 왔다.
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때나 최근 광주사태 때 일부 일본「매스컴」의 보도가 보인 「센세이셔널리즘」은 그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광주사태가 일어나자 일본의 유력지 A신문은 『한국, 드디어 내란상태』라는 1면 머리「컷」으로 침소봉대해서 보도했는가 하면 『광주사태의 사망자는 2천명』이라는 터무니없는 외신보도를 크게 게재하기도 했다.
10·26사건이나 광주사태 같은 한국민으로서는 더없이 불행한 사건들이 일본언론의 눈에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거리로만 비췄던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일본언론의 대한편향증이 일부 일본인들의 의식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우월감과 교만에서 연유하고 있다고 우리는 본다. 개국이래 누적된 대서구 열등감을 과거 식민지였던 한국에 대한 가학적 교만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일본「매스컴」의 「한국 사시」가 단지 상업적 선정주의에 따른 탈선이나 식민지 사관적인 사고의 현시에 그치는 것이라면,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는 정평이 나있는 일본언론의 속성으로 치부하고 말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시증이 일본언론의 고질인 사회주의 병에서 연유하고 있기 때문에 범연히 넘겨버릴 수 없는 것이다.
남북한문제를 다룰 때 일부 일본언론이 폐쇄사회인 북한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도 개방사회인 한국에 대해서는 편협하고 방자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솔라즈」 미 하원의원의 김일성 면담결과에 대한 회견가운데 북한의 비위를 건드릴만한 대목을 일부 일본신문들이 묵살한 것도 그 한 예가 되겠지만 남북대화의 경우 북쪽에서 제안한 것은 그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한국 측이 이미 제안했던 안이라도 대서특필해 왔다는 것이 이를 잘 뒷받침한다.
『북한에 대한 보도는 억제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극적으로, 선정적으로 보도한다』고 한 김정렴 주일대사의 말은 일부 일본언론의 북한 편향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분노를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하겠다.
내용의 진실을 외면한 채 정치·경제·문화의 제분야에 걸쳐 의도적으로 친북괴·반한국적인 논평이나 보도를 한다는 것이 양국간의 선린우호관계와 이해증진을 크게 저해한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남한을 적화하려는 김일성의 야심을 고무할 우려마저 없지 않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대해서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만다. 그것이 일본의 국익에도 유해하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언론에 대해 묻고 싶다. 한국의 혼란과 좌절을 원하는가고.
물론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36년간의 일제통치라는 어두운 역사적 그늘에도 불구하고 좋은 이웃으로서 공존 공영하려는 것이 우리 국민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이에 상응해서, 비단 안보적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공존의 기틀을 쌓는다는 것이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유익하다는 것을 대다수 일본 국민은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언필칭 일본「매스컴」에서 내세우는 「보도의 자유」도 책임이 뒤따르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 한국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언론에 대해 연민이나 파격적인 호의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문제를 다룸에 있어 지금까지의 편향과 왜곡을 지양하고 양식과 절도, 공정성을 지녀달라는 것이다.
대한보도에 있어 일부 일본언론의 공정성 회복이야말로 두 나라의 우의증진을 위해서는 물론 일본언론의 명예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임을 감히 충언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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