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암이 엇갈린 에너지 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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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황이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반가운 불황이 있다. 바로 「에너지」 산업이다. 석유·석탄·전력 등 「에너지」 업종은 하나같이 판매가 줄어 해당업계는 비명을 울리고 있지만 「에너지」 난시대에 「에너지」 소비가 준 것은 환영할 만한 일도 된다. 때문에 「에너지」위기가 별 마찰 없이 넘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 「에너지」 소비가 부진했던 요인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업계의 극심한 불황에다 강력한 「에너지」 소비억제책이 겹쳤기 때문.
전체 「에너지」의 60%를 넘는 석유의 경우 정부의 계획과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다.
정부는 올해 연간 원유 소비량을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2억1천7백만「배럴」, 제품 소비량은 15% 늘어난 2억1천5백만「배럴」로 잡았었다. 하루 59만「배럴」 정도.
그러나 상반기 중 석유류 소비량은 지난해보다 고작 1.8% 늘어난 9천2백88만「배릴」. 작년 상반기엔 12.7%가 증가했다.
품목별로 휘발유와 등유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각각 17.4%, 5% 줄었고, 경유와 「벙커」C유는 각각 3%, 5.2% 늘어난데 그쳤다. 그런데도 공장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벙커」C유는 20일 사용량에 해당하는 4백여만「배럴」이 저유「탱크」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전력도 크게 남아돌고 있다. 한전의 총 시설용량은 8백60만㎾에 달한다. 이 가운데 통상적인 공급능력은 7백11만 정도. 그런데 요즘의 사용량은 5백15만㎾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약 1백96만㎾정도가 남아도는 것이며 유휴전력을 말하는 전력예비율이 38%를 기록하고 있다.
전력소비량을 전년과 비교하면 올해 6월까지 총 1백59억3천㎾를 사용, 지난해보다 5.2% 증가에 머물렀다.
재작년보다 18.3%나 늘어났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불황의 심도를 잘 알 수 있다.
석탄은 상반기 채탄목표 9백6만7천t을 2.4% 초과한 9백28만4천t을 캤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소비되지 않아 저탄량이 4백32만t에 달하고 있다. 비수기의 반년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처럼 석탄이 산지와 소비지에 동시에 쌓여있는 바람에 지난 사북사태직후 광부 임금을 올린 탄광업계나 연탄공장이 2중의 고초를 겪고 있다.
정부는 올해 채탄목표를 지난해보다 10만t 많은 1천8백30만t으로 잡아 연말까지는 계획대로 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86년까지 정부자금 2백89억원을 들여 3단계에 걸쳐 채탄기계화 작업을 펴고 있으나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져도 우리 나라의 광맥이 고르지 못해 연간 1천8백만t을 크게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인력난까지 겹쳤으나 최근에는 광부 구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아 다행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에서 채탄을 해 비축을 늘려나가도 탄광의 기업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더구나 올해 같은 수급불균형이 생기면서 탄광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석유·전력·석탄은 조금만 부족해도 파동을 겪어오던 것들이지만 올해는 남아돌아 해당 업체가 오히려 멍이 들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의 경기가 다소 풀린다면 「에너지」 소비도 좀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와 석탄은 겨울철의 성수기를 앞두고 3·4분기 말에 가서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고 전기는 「에어컨」·냉동기 등의 사용으로 7, 8월에 약 30만㎾쯤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불황과 「에너지」 절약 「무드」가 바뀌지 않는 한 옛날과 같은 급격한 소비증가는 없을 것 같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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