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서 표 준 것 아니다" 김무성, 카메라에 90도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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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새누리당 당선자 11명 중 9명이 31일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을 찾아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철호(경기 김포)·김제식(충남 서산-태안)·이종배(충북 충주)·나경원(서울 동작을) 당선자, 이완구 원내대표, 김용남(경기 수원병) 당선자, 김무성 대표, 정미경(경기 수원을)·유의동(경기 평택을)·정용기(대전 대덕)·배덕광(부산 해운대-기장갑) 당선자. 이정현(순천-곡성)?박맹우(울산 남을) 당선자는 지역에서 당선인사를 하느라 불참했다. [김형수 기자]

31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엔 전날 재·보선에서 승리한 당선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서울 동작을의 나경원, 수원을의 정미경 등 9명의 당선자들은 당에서 준비한 꽃다발을 받았다. 순천-곡성의 이정현, 울산 남을의 박맹우 당선자는 지역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와 당선자들은 회의 시작 전 모두 일어나 취재진과 카메라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국민에게 감사한다는 뜻이었다. 재·보선 이후 첫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한껏 몸을 낮췄다. 11대 4란 압승에 걸맞은 잔치 분위기는 없었다.

 김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께서 정부 여당이 잘했다고 표를 주신 게 아니라 그간의 잘못에 대해 거울 삼아 지금부터 잘하라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 거라 생각한다”며 “국민께서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신 건 국가 혁신과 경제 활성화가 너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전남 순천-곡성)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라며 “우리나라 제1망국병은 동서 간 지역갈등인데 호남인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신 데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승리를 계기로 호남인들에게 더욱 열린 마음과 자세로 다가가고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국민대통합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선거 결과가) 꿈만 같다”며 “우리 당은 국민의 소중한 마음과 동시에 선거 이후 대한민국을 올바로 이끌어갈 역할과 책임도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걸림돌이 아니라 주춧돌이 돼야 한다”며 야당 측을 겨냥해 “세월호특별법과 산적한 경제현안 법안 및 정부조직법 처리에 성의 있게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우리 당은 겸허하게 국민만 보고 계속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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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비장함까지 느껴진 이날 모습에서 향후 새누리당의 행보를 짐작할 수 있다. 최대한 겸손하고 신중하게 처신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선 선거전을 이끈 윤 총장이 “소임을 다했다”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 총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는 1인 피켓 시위를 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페이스페인팅을 한 채 투표 독려 캠페인을 펼치는 등 새로운 선거운동을 앞장서서 선보였다.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그가 사임한 건 김 대표의 당직 인선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에서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엔 대표 비서실장에 재선의원인 김학용(안성) 의원을 임명했다.

글=이가영·김경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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