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정치연합, 당을 새로 만든다는 각오로 혁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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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대패했다. 여당의 세월호 책임이 여전하고, 대통령에 대한 반대가 지지보다 높고, 막판엔 3곳에서 야권후보 단일화까지 했는데도 완패했다. ‘성지(聖地)’라는 호남까지 내주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사퇴했다. ‘새정치’ 깃발을 요란하게 내건 지 4개월 만이다. 그러나 선거 민심을 보면 지도부 교체 정도로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야당은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그것은 ‘야당의 정상화’다.

 야당은 박근혜 정권의 ‘비정상’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특히 인사 참사와 불통을 마구 찔렀다. 그렇다면 야당은 집권대체세력으로서 정상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야당은 거꾸로 ‘비정상의 복사판’이었다.

 공천은 정당의 대표적인 인사(人事)다. 그런데 지난 지방선거부터 김·안 지도부는 원칙 없이 마구잡이 공천을 자행했다. 이번에는 광주 광산을에 지원한 사람을 빼다가 서울 동작을에 억지로 넣었다. 온갖 소동을 벌였던 후보는 정작 정의당에 양보하고 사퇴했다. 광주에는 근거 없는 폭로로 나라를 혼란스럽게 했던 권은희 전 수사과장을 버젓이 공천했다. 이쯤 되면 유권자를 욕보이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천에 유권자는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광주 투표율은 22.2%로 제일 낮았다. 새정치연합이 순천-곡성까지 내어주고 수도권에서 참패한 데에는 공천파행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작용했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다수의 민심과 소통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 집권세력을 엄중히 문책할 일이었다. 그래서 감사원이 감사하고 검찰이 수사했으며 대통령은 문책인사를 단행했다. 여러 혁신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다. 절차가 이 정도 진행됐으면 야당은 공세를 접고 실질적인 개혁 입법에 주력해야 했다. 그게 다수 민심이었다. 그런데 야당은 끝까지 사고를 정치쟁점으로 만들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부 유가족의 편에 섰다. 나중엔 원내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유병언 시체는 가짜”라는 주장까지 했다.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세월호에만 얹혀 살려는 야당의 한심한 모습을 국민은 놓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전형적인 ‘구정치’다. 이름은 새정치라 하고 실제론 구정치를 하니 이것 또한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이 당에서는 대대적인 혁신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구정치의 적폐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소장그룹이 각별한 각오로 구태혁파에 나서야 한다. 구호만이 아니라 실질로 해야 한다. 선진적 공천제도를 확립하고 관피아 척결과 민생 살리기 등에 대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건강한 야당이 존재해야 여당도 집권세력도 제대로 서게 된다. 지금처럼 야당이 원칙 없는 혼선을 거듭하는 것은 국가적인 불행이다. 지도부를 바꾼다고 강경투쟁만 일삼는 세력이 등장하면 야당의 고질은 악화될 것이다. 그런데도 체질 개선 없이 화장만 바꾼다면 야당을 넘어 이 나라의 장래는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