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의 연쇄접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오히라」(대평정방) 일본수상의 장례식을 계기로 동경은 한·미·일 세 나라의 활발한 외교접촉무대가 되고 있다.
조문사절로 그곳에 간 박충훈 국무총리서리는 8일 「이또」(이동정의) 일본수상임시대리를 만나 경협문제를 비롯한 한일공동관심사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으며, 9일 하오엔 「카터」 미국대통령과도 잠시 만나 전통적인 한미우의를 다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박동진 외무장관은 「오오끼다」(대내좌무낭) 일본외상과 회담을 갖고 한일우호증진을 재확인했으며, 한편으로 미·일 수뇌회담에서도 한반도문제가 거론되었다고 한다.
「카터」대통령이 박 총리서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대한안보공약은 확고하며 불변』이라고 말한데서 상징되듯 한·미·일 세 나라의 최대공동관심사가 동북아의 안보유지라는데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소련의 팽창으로 흔들리고 있는 「아시아」에서 한국은 미국의 이익을 확고히 보장하는 곳이며, 일본방위의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미국의 「아시아」안보관은 일본방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선 순위가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중요성이 과소평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이 도전 받을수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마련이다.
「카터」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철군계획을 동결시킨 표면적인 이유는 북한군사력의 급속한 강화 때문이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에 있다.
「10·26사태」후 미국이 사흘이 멀다않고 북괴의 오산에 의한 도발가능성을 경계하고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을 거듭 다짐하는 이유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한국의 기여도 때문임은 물론이다.
일본의 경우는 한결 더 절실하다. 소련은 그 동안 그 해군력의 3할을 극동지역에 배치하고 「미사일」적재원자력잠수합의 전력을 계속 증강해왔다. 이 같은 소련극동군의 존재는 일본으로서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일본국민의 보수화경향을 유도, 동북아의 안보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한다는 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상호경제협력의 강화이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본다.
경협을 통해 한국의 경제안정을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한국의 안보와 정치적 안정의 소지를 닦는 길이기 때문이다.
박 총리서리가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어야겠다』고 일본의 대한경협강화를 요청한데 대해 「이또」수상대리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한·일 관계의 기조에서 볼 때 당연한 일이다.
특히 현재 한국을 방문중인 일본의 이른바 대한수입촉진단이 한일간 무역역조시점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일본측의 진일보한 성의를 의미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요건대 한·미·일 세 나라간의 동경연쇄접촉은 조문사절이란 제한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우방의 이해를 얻고, 나아가서 두 나라로부터 현 경제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협조를 얻어내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고 싶다.
미국이나 일본은 한국과의 경협강화가 종국적으로 자신의 안보와 이익과도 일치한다는 인식하에서 거시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