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개막 2분 전 공연 취소 … 관객 800여 명 헛걸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29일 공연이 예고 없이 취소 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사진 비오엠코리아]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29일 공연 시작 2분 전 공연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난 6월말부터 공연 중이던 ‘두 도시 이야기’는 29일 오후 8시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공연 2분 전인 오후 7시58분쯤 제작사 비오엠코리아 최용석 대표가 무대에 나와 “오늘 공연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취소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미 자리에 앉아있던 관객 800여 명에게는 “환불 계좌를 적고 가라”고 안내했다.

 30일 제작사는 정확한 취소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30일 오후 3시 공연부터 8월 3일 오후 8시 공연까지 예정됐던 나머지 공연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찰스 디킨스 원작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두 도시 이야기’는 2012년 국내 초연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 시즌이며, 서범석·이건명·한지상·정동하·소냐 등이 출연하고 있다. 제작사인 비오엠코리아는 지난해 창작 뮤지컬 ‘친구’의 흥행 실패 이후 부채 상환과 신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객이 모두 입장한 상태에서 벌어진 초유의 공연 취소 사태에 대해 공연계에서는 “제작사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출연료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바람에 몇몇 단원들이 출연을 보이콧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각한 뮤지컬계 불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분석했다. 뮤지컬 제작 편수가 해마다 10%씩 늘어 작품별 수익률이 급감한데다, 올 4∼5월엔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유료 객석 점유율이 20% 선까지 떨어져 제작사들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장은 “대형 제작사 중 하나인 뮤지컬 해븐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면서 “뮤지컬 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티켓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와 6∼8%의 티켓 판매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