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사, 전교조 제자들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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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자녀 등교 거부 사태가 8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학교 전교조 소속 정모(40).최모(36) 교사의 대학시절 은사인 공주교대 최명환(崔明煥.59.사진)교수가 이들에게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崔교수는 지난 주말 그들과 접촉해 "전교조의 지시보다는 교육자적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가면 좋겠다"는 고언(苦言)을 전했다.

그는 지난 11일 업무차 충남 홍성교육청에 들렀다가 보성초교 교장 자살 사건에 자신의 제자들이 관련돼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제자들의 전보를 요구하며 자녀들의 등교를 막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곧바로 보성초등학교로 달려갔다. 그는 이들 교사가 대학 시절 활동했던 '한얼 문학동아리'담당 교수였고, 특히 崔교사에 대해서는 4년 동안 지도교수를 했었다.

그는 崔교사에게 "전교조의 입장 등 주변 여건보다 교육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푸는 길은 학부모들에게 먼저 사과하는 것"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학교 밖에 있던 정교사에게도 이같은 뜻을 전화로 전했다. 이에 제자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마침 학교에 나와 있던 학부모들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이 학부모의 상실감과 분노를 이해하고 반성하면 좋겠다"며 그에게 중재역할을 부탁했다.

崔교수는 학부모 대표들로부터 "해당 교사들이 사과하면 자녀를 등교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는 이날 오후 전교조 충남지부를 찾아가 "제자 교사들이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도 했다. 보성초교 수업거부 사태의 실질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崔교수는 "전교조 측의 반발 등이 예상됐지만 지도교수였던 제가 제자 문제를 모른 체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차(茶) 시중' 문제에 대해 "교권이나 성차별의 문제라기보다는 세대간 인식의 차이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공주=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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