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부자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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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권력구조가 김일성-김일성의 부자체제라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서산 앞 바다에 침투하다 생포된 북괴무장간첩선장 김광현이 갖고 있던 수첩에 김일성 부자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있고 이른바 『위대한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에게 끝없이 충실한 친위대 결사대가 되자』 운운한 글귀가 적혀있었다.
아직 공개출판물에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라고 적혀진 일이 없다해도 이로써 『세습공산왕조』를 꾸미려는 기도가 사실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진 것 같다.
김정일의 후계설은 73년 가을께부터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목격담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 해 9월 당5기7차 전원화의에서 당시 불과 33세의 김정일은 조직 및 사상담당비서로 선출됨으로써 김일성의 후계자로 부상했던 것이다.
북한에서 후계자양성을 서두르는 것은 김일성 세대의 노령화에 따른 새 세대 진출의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공산주의혁명」에서 수령의 역할만이 결정적이라는 이른바「수령론」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미 종교적 주술이나 다름없는 소위 「김일성 주의」에 바탕하고 있는 이 이론에 따르면 김일성의 다음 수령은 그와 몸 가까이 있는 김정일이 되어야 하며, 김정일만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김일성 주의」의 정당한 상속자라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선전기관이 김일성과 김정일이 인간적 존재로서는 두 사람이지만 정치 사상적 내지 권력체제상으로는 완전히 일체화한 유일인 이라고 말하는 것은 요컨대 김정일이 사상·영도방법 등, 모든 면에서 김일성 주의자로서의 모든 요건을 완비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북한사회가 철저히 밀폐되어 있고 김일성의 절대성에 대한 무조건 충성만이 강요되는 사회라 해도 실제로 김정일이 후계「바통」을 이어 받을 경우 상당한 곡절이 있으리란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오랫동안 억제된 민중의 불만, 당이나 군에 대한 효과적 제어 등 대내적 문제도 문제려니와 세습체제에 대한 국제적인 외면 때문에 공산권국가들 사이에서조차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지가 의문시된다.
특히 미묘한 중·소간의 줄타기에서 김정일이 잘못 대처하면 김정일 체제의 붕괴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것은 다시 말해 적어도 7년여를 두고 김정일의 후계 기반이 조직적으로 다져졌다해도 그것이 김일성 사후 그의 유일체제를 유지시 할 수 있는 확고한 보증 일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언필칭 「진보적」이니 「인민주의적」이니 하는 공산당에서 당의 최고권력을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은 아무리 我田引水格으로 어떤 이론을 끌어댄다 해도 도저히 공인될 수 없는 희화에 불과하다.
「스탈린」조차 생각지 못했던, 이러한 반시대적인 일대희화는 두고두고 역사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김정일의 후계자로서의 지위는 오는 10월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에서 공식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이 무어라 분칠을 하건 김정일을 당권 승계자로 옹립을 한다는 것은 30여년에 걸린 김일성 학정을 감추고 그의 사후격하를 막기 위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시야만사회에서나 있었을 권력의 세습을 기도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김일성 집단이 이미 공산주의의 허울에서조차 일탈한 강권독재의 광신집단임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우리의 안보적 견지에서 볼 때 김정일의 부상은 저들의 저돌맹진적인 속성과 적화통일 노선이 한층 더 강화될 위험을 내포하는 것인 만큼 우리는 그에 대한 철저한 대응책을 강구해야만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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