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개인 통산 두번째 사이클링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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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수원의 삼성-현대전.

9-3으로 크게 앞선 6회초 1사 1, 2루에서 양준혁(삼성)이 크게 방망이를 휘두른 뒤 거침없이 질주했다. 1루 베이스를 돌면서 타구가 우중간을 가르는 것을 흘끗 쳐다본 뒤 95㎏의 거구는 그대로 3루까지 내달렸다. 그의 머리 속에는 대기록을 향한 무서운 집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양준혁은 이미 2회초 첫 타석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 3회 단타, 4회 2루타를 때렸다. 남은 것은 가장 어렵다는 3루타였다.

수원구장의 길지 않은 펜스거리를 감안하면 그의 꿈은 욕심으로 그치는 듯했다. 그러나 6회 타석에서 방망이를 허공에 휘젓는 양준혁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볼카운트 0-1에서 직구를 예감하고 방망이를 돌렸고 3루에 안착한 뒤 비로소 큰 숨을 내쉬었다.

양준혁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개인 통산 두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했다. 타자로서 평생 한번 할까말까한 대기록을 두번이나 이룬 것이다. 양준혁은 1996년 8월 23일 대구 현대전에서 자신의 첫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데 이어 15일 프로통산 11번째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네차례(93.96.98.2001년) 타격왕에 올랐던 양준혁은 지난해 타율 0.276에 그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결국 겨울캠프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높이 쳐든 방망이를 뒤로 눕히는 타격폼을 대수술했다. 세월의 힘 때문에 떨어진 순발력을 보완하려는 노력이었다. 변화는 일단 성공적이다. 양준혁은 이날 5타수4안타, 4타점 등 타율 0.452(31타수 14안타)의 고감도 방망이를 휘둘렀다.

삼성은 양준혁의 사이클링 히트와 1회 선두타자 박한이의 결승 솔로홈런 등 장단 16안타를 터뜨리며 현대를 11-4로 꺾고 9연승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8연패의 지루한 겨울잠에 빠졌던 두산은 청주에서 한화를 10-3으로 눌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두산은 0-1로 뒤진 4회초 한화 선발 송진우로부터 3안타, 3볼넷을 묶어 4점을 뽑아 역전했고, 7-1로 앞선 8회초 김동주가 쐐기를 박는 2점홈런으로 승리를 굳혔다.

LG는 잠실 롯데전에서 1회말 롯데 중견수 김주찬의 실책성 수비와 4안타를 묶어 얻은 2점을 끝까지 지켜 2-0으로 이겼다.

SK는 광주 기아전에서 3-4로 뒤진 8회초 1사 2,3루에서 기아 포수 김상훈의 실책으로 2점을 뽑아 5-4로 역전승하며 4연승을 달렸고, 기아는 8연승 뒤 시즌 첫 패를 안았다.

김종문 기자, 광주=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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