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결함」참작보다 확대 돼야-강필수씨에 대한 판결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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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법의 여신은 한 손에는 저울,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고, 눈은 가리워져 있어서 범죄를 저울로 가늠해 보고 옳지 못한 일은 사정없이 칼로 내리치는 무정한 여신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법의 적용이 바람직한 일일까는 생각의 여지가 있습니다.
어릴 때 신동이라고 불리던 강필수씨의 살인범죄에 대한 재판에서 대법원이 징역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중앙일보 6윌4일·일부지역 5일자 7면 보도). 국립정신병원의 감정결과 강씨가 편집형 정신분열증 환자로 밝혀졌으며, 그것이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한 중요한 이유라고 합니다. 그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판결이라고 생각됩니다.
강필수씨의 재판결과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1977년2월에 있었던 전과5범 김영준군에 대한 대법원전원합의체의 사형판결입니다. 김군은 고아출신으로 14회에 걸쳐 절도·강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으며 2명의 목숨을 잃게 했습니다. 그런데 김군은 범행당시 18세로 미성년이었으며 국민학교를 4년 중퇴했을 뿐이었습니다.
일부 대법원판사들은 고아로서의 불우한 성장 환경과 정신적 결함, 생리학상의 미숙성 등을 들어 감형을 주장했으나 응보형을 내세우는 다수 의견에 밀러 사형확정판결이 내려진 것입니다 (중앙일보 77년2월25일자 7면 보도).
종교계에 계신 몇 분께 김군의 구명운동을 의논드린바 있으나 구명운동도 구체화시키지 못한 부끄러운 경험이 있습니다.
그후 김군의 형이 집행했는지 어쩐지 조차 모르고 있습니다만 당시 법관들이 응보형에 너무 집착할 것이 아니라 김군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해 그것을 재판에 참작하고 고아인 김군이 그와 같은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 사회적 책임을 고려했더라면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판결은 나오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김영준군의 경우와 비교할 때 이번 강필수씨에 대한 판결은 확실히 일보 전진한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신박약·의지박약·「콤플렉스」등 정신적 결함이 있는 사람의 범죄는 임상결과가 재판에 크게 참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문제가 형식에 흐르거나, 중요성이 크게 인식되어 오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해서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며, 엄격한 처벌이 법과 질서를 확립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길도 아닙니다. 눈에 가린 저울과 칼에 의한 처벌은 법의 횡포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정신적 결함으로 발생한 범죄에 대한 응보형으로서의 처벌은 잘못 된 것입니다.
이번 강필수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재판에 있어 범죄자의 정신적 결합 여부가 참작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조한서<강릉시 교동937의7·15통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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