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프로] "내 믿음 키운 건 어머니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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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이 되고 싶은 소년이 있었다. 돈을 벌어서 25세쯤엔 장가를 가고, 또 돈을 벌어서는 인삼을 사서 어머니께 보약을 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은 접어야 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제의 길. 험난했지만 굽이굽이 사랑이 깃들인 그의 목자로서의 삶은 그렇게 시작됐다. 바로 김수환 추기경(81) 얘기다.

평화방송 TV(PBC)는 봄 개편과 더불어 영상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연출 류호찬.전성우)를 매주 월~금 오전 10시15분 케이블과 위성채널을 통해 방영한다. 김추기경이 그동안 교회의 어른으로, 시대의 양심으로 우리 사회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해오며 걸어온 길을 육성 회고를 중심으로 사진과 영상자료 등을 곁들여 보여줄 예정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국화빵을 굽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서 서슬 퍼런 유신과 군부독재 시절 천주교의 수장으로 짊어져야 했던 시대의 아픔과 고난, 그리고 서울대교구장을 퇴임하고 난 뒤 최근의 일상까지 한 인간으로, 사제로, 또 추기경으로서 겪은 애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 전에도 김추기경의 삶을 다룬 50분짜리 다큐멘터리들이 제작된 적은 있지만 이번엔 매일 20분씩 약 3개월에 걸쳐 방송될 방대한 양이다. 연출을 맡은 류호찬 PD는 "추기경께서 '지금까지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수님 뜻에 제대로 따라온 것인지 돌아보고 싶다'며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주셨다"면서 "그분의 진솔한 이야기가 종교와 상관없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시작될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첫주 방송분에서는 김추기경이 기억하는 고향의 이미지와 고향에 얽힌 추억,'순환'이라는 어릴 때 불렸던 이름에 대한 이야기, 일본 아이들과 벌였던 항일투쟁(?)의 동네싸움, 순교자 가문이었던 집안 분위기 등이 소개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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