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히 폐품모아 자립기금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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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벽잠을 아껴 자립의 터전을 닦는다. 아침마다 도로청소에 나서고 있는 도로관리원들이 쓰레기속의 종이·빈병·「비닐」등 폐품을 모아 공동기금을 마련하고 자녀들의 학비와 생계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인천시중구청산하 도로관리원모임인 청우회 (회장 이건차·39·인천시동구송림3동70) 회원 56명은 지난해5윌1일부터자녀들의 학비나 생계보조를 위해 자립기금을 마련하자고 결의, 도로를 청소하다 쓰레기중에서 폐품으로 다시 쓸수있는 빈병·철물·유리·종이·「플래스틱」「비닐」등을 수집해 이를 한데모아 팔기로 했다.
이들이 그동안 마련한 자립기금은 1년만에 4백여만원. 연말까지 7백만원 마련을 목표로 결의가 대단하다.
회원들은 자립기금의 운영관리를 위해 회장·총무등 집행부를 구성하고 회원의 생계보조빚 자녀학비보조를 위해 1인당 10만원범위안에서 월2% 이자로 대출까지해주고있다.
이정주씨(54·만석동72)는 외딸 영호양 (16·인천여고1년) 의 고교진학납입금을 제대로 마련못해 걱정하다 청우회서10만원을 대출받아 거뜬히 납입금을 냈다.
윤희수씨 (38·학익동468) 는 지난2월 삭월세든 집이 갑자기 철거되는 바람에 이사비용이 없어 쩔쩔매다 10만원을 대출, 어려움을 덜기도했다.
회원들은 대부분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새벽5시부터 매일 12시간동안 시내 도로를 청소하며 깨끗한 도시환경을 만들기 의해 사회밑바닥에서 애쓰고 있다.
이때문에 종전엔 근무가 끝나기 무섭게 목을 축이기위해 삼삼오오 대폿집을 찾던 경향이 자립기금을 조성하면서 이같은 풍조가 없어지고 빈병 하나, 유리조각 하나라도 더 수집하려고 애쓰게 됐다.
이들도 처음에는 폐품을 모으면 각자 팔아 대부분 대폿값에 써버렸다. 그러던중 회원들 사이에『이렇게 해서는 되겠느냐, 급한 일이 생길때 목돈을 만질수 없으니 적은 액수라도 서로 모아 기금을 마련하자』는 얘기가 나와 서로 힘을 모은것이다.
회원이던 심형흠씨 (50·십정동157)가 2윌12일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자 기금에서 6만원을 부의금으로 유족에게 전달, 위로했고 장례비가 모자라자 27만원을 빌려줘 장례를 무난히 치를수 있게 돕기도 했다.
최고령자인 여창모씨(55·창영동62)는『뒤늦게 후배들이 뜻을 모아 열심히 살려고하는것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며『올해 정년 퇴임할때까지라도 후배들을 적극돕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회원들의 애로점은 보관 창고가 없는것. 보관창고가 없어 성수기에 비싼 값으로 팔수있는 폐품을 헐값에 팔고있어 화원들은 안타깝다.
한편 윤영중구청장은『이들의 기금이 1천만원을 넘으면「청우회마을금고」로 육성시켜줄 방침』이라며『각계의 도움을 얻어 창고를 지어주든지 빈창고를 빌려주는등 지원하갰다』고 밝혔다.
청우회회원들은 더잘살기위해, 또 깨끗한 시가지를 가꾸기위해 오늘도 열심히 비질하고 쓰레기 가운데서 폐품을 분류하고있다.
【인천=김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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