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사령부 기밀 빼내는 동구의 「마티·하리」후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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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본부에서「타이피스트」로 일하던 「이멜다·베레프트」라는 여인(35세)이 최근 속독 「텔레비전」방송에 나가 「나토」의 각종 비밀계획들을 폭로했다.
『요 철저 보안!』『벽에도 귀가 있다』『당신의 전화는 지금 도청되고 있다』…. 「브뤼셀」교외의「나토」사령부에는 각종 방첩표어와「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지만 동구공산권의 대「나토」「스파이」활약상은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벨기에」 태생의 동독여간첩 「이멜다」는 지난7년 동안 「나토」의 극비문서들을 「타이핑」하면서 각종 비밀정보를 입수해 지난 부활절휴가를 틈타 애인과 함께 동독으로 도망쳤다. 「이멜다」의 애인은 겉으로는 「오스트리아」의 한 「에어·컨디셔너」회사직원으로 행세해봤으나 실제는 동독정보기관원이었다.
이보다 앞서 작년3월에는 「나토」사령부작전국장비서로 있던 「우르젤·로렌젠」부인(40세)이 한움큼의 극비정보들을 쥐고 동독으로 넘어갔다. 매우 사교적이고 매혹적인「함부르크」출신의 이 여간첩은 「나토」군 참모본부의 대「바르샤바」군 작전계획 등 1급 군사정보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대부분 여 「스파이」들의 뒤에 남자가 있듯 「우르젤」여인에게도 「디ㅌㅌ테르·빌」이라는 배후조종자가 따랐다. 서독국적의 「빌」은 「우르젤」의 집 이웃에 「아파트」를 얻어 살면서 「브뤼셀·힐튼·호텔」회계원으로 일했지만 실상은 동독첩자로 「스파이」들의 보호·감시가 임무였다.
작년2월 「잉그리드·가르베」(38세)라는 여인은 우연한 기회에 「도르트문트」의 꽃가게 주인 「크리스토프·빌레르」라는 미남과 사랑에 빠져 76년 「브뤼셀」에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
「나토」파견 서독대표단의 통역비서로 취직한 「잉그리트」는 고위외교관들의 각종 보고서를「타이핑」하면서 손에 넣은 극비점보들을 그때그때 동독 「스파이」들에게 넘겼다. 역시 「크리스토프」의 조종에 의해서였다. 꽃장수 「크리스토프」는 「잉그리드」가 간첩혐의로 「본」정보기관에 체포되기 다섯 달 전에 자취를 감췄다.
「나토」의 방첩망을 비웃는 「마타·하리」의 후예들은 이 밖에도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정보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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