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통령 중동순방에서 얻은 것|우리측에 "실리"큰 쌍방통행 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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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일간에 걸친 최규하대통령의 첫 중동정상외교는 원유의 장기적인 안정공급에 대한 확실한 언질을 받아냈고 경제개발참여라는 새로운「패턴」으로 중동진출의 규모와 질을 높였으며 통상확대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제3세계에 대한 외교발판을 굳힌 점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정치발전문제로 국내사정이 긴장돼 있는 형편에서 굳이 대통령이「사우디아라비아」와「쿠웨이트」두 나라를 방문하게 된 것은 초미의 과제인 원유의 물량확보와 안정공급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걸프」와 석유공사간의 계약만료에 따라 정부는「쿠웨이트」의 도입량을 GG「베이스」로 돌리기로 합의했다.
이번 순방에서 우리측은 우선「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급하는 GG「베이스」를 확대하고 「쿠웨이트」의 단기계약분을 장기적인 공급으로 바꾸려는데 목표를 두었다. 말하자면「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는 원유도입「파이프」를 굵게 하는 것이고「쿠웨이트」의「파이프·라인」은 연장한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정부는「상당량」의 추가공급을 약속했고 「쿠웨이트」도 단기공급량을 장기공급방식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이 두 가지 목표는 모두 결실을 맺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급할「상당량」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현재 직도입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때「사우디아라비아」지도자들은『한국이 석유로 인해 결딴 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많을 것』이라고까지 확약했으며 공동성명에서 원유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호의적인 고려」를 약속한 것은 우리에게는 퍽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순방의 또 하나의 성과는「사우디아라비아」경제개발계획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는「사우디아라비아」3차 경제개발계획은 약2천5백억「달러」를 투입하는 야심적인 사업이다.
현재 한·「사우디」간에는 석유화학(9억9천3백만「달러」), 요소비료(3억「달러」) , 제강 (1억9천만「달러」), 「알루미늄」제련(6억「달러」)공장 등 4개 사업이「사우디아라비아」기간산업공사(SABIC)와 공공「레벨」에서 협의중이고 민간부문에서 강관제조(2천9백만「달러」), 자동차「튜브」(1천1백만「달러」), 「콘크리트」제품(1천2백만「달러」), 강화「비닐」 강판(1천1백만「달러」), PVC「플로링」(6백만「달러」)공장 등 5개 사업이 논의중이다. SABIC와의 합작경우 총투자의 70%는「사우디아라비아」측이 재정 또는 금융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30%중 15%만 5년 동안에 걸쳐 우리가 부담하는 조건이며 민간「베이스」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 수준이다.
공공「베이스」의 4개 합작사업 중 요소비료공장과 제강공장의 합작은 확실한 단계에 있으며 석유화학과「알루미늄」이 공장은 모색단계에 있다. 지난2년 전 수 차례 합작투자권고가 있었으나 우리정부는 이제야 참여하게 돼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우리측은 이번 순방기간합작사업에 대한 구체안을 제시함으로써 과거의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씻고「사우디아라비아」의 개발계획에 한국이 적극 참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또 이러한 합작은 건설과정과 운영에서 우리기술이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동시에 우리에게 부족한 석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트임으로써 우리 경제개발계획과도 연관짓는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노동집약적인 공사보다는 기술 집약적인 대형공사의 수주로 방향을 모색해야할 단계에 와있으며「사우디아라비아」등 각국의 경제개발계획에 참가함으로써 이 같은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순방에서 한국과「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는 모두 통상증진을 위해 민간부문 인사들의 정기적인 합동을 정부가 권장키로 합의했다. 막대한「오일·달러」를 보유한 잠재적인 시장으로서 중동에 보다 적극적인 눈을 돌리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최대통령은 이 같은 중동과의 협력확대 여건을 외교적인 면에서도 개선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PL○(「팔레스타인」해방기구)에 대한 진일보한 자세를 보였다. 비록 PLO를 정부형태로 승인한 것은 아닐지라도「아랍」국가들이 요구하는 사함에 모두 동조함으로써 중동외교의 최대의 장애를 허물어버린 것이다.
우리정부가 사실상의 승인조치를 하고도「승인」이란 말을 쓰지 못하는 것은 유대「로비이스트」가 강력한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며「사우디아라비아」나「쿠웨이트」축도 이를 구실로 우리를 핍박하려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 있는 자세를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태도는 기존의 협력관계 외에「사우디아라비아」가 처한 주변정세에 대한공동의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따라서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른 안보적인 면에서의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쿠웨이트=성병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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