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부 게임만큼 재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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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릴 적부터 경제를 가르치자." 청소년 경제교육단체인 JA코리아(이사장 강경식)가 학생들에게 건전한 경제 마인드를 심어주는 자원봉사에 나섰다. 버스를 타고, 연필 한 자루 사는 게 모두 경제다.

그런데 입시교육에만 치우치다 보니 어른이 돼서도 시장경제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JA 코리아는 일선 학교들과 협력해 4월부터 창의재량 시간을 활용, '즐기면서 배우는' 경제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 6학년 3반(담임 이경희) 2교시 경제교육 시간. 수업을 알리는 음악소리가 들리자마자 교실에 활기가 넘쳤다. 학생들이 지난주 처음 시작한 무역(貿易) 공부에 재미가 붙었기 때문이다.

본수업에 앞서 교사가 협동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학급을 여섯개의 모둠으로 재편했다. 그리고 각 모둠에 갈색 봉투를 하나씩 나눠줬다.

봉투엔 미국.멕시코.일본.탄자니아.프랑스.영국 가운데 한 나라의 지도를 짜맞추는 조각 퍼즐 세트와 사탕 두개씩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 우리 모둠엔 퍼즐 두 조각이 맞지 않아요."

학생들이 봉투를 열고 작업을 시작한 지 5분이 지나지 않아 6조의 홍진이가 맨 먼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사탕을 돈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은 다른 모둠에 사탕을 주고 사오세요."

권덕재(43.우리은행 재무기획팀 부부장) 교사가 홍진이의 질문에 답변했다. 권교사는 JA 코리아에서 파견된 자원봉사 교사다.

홍진이가 속한 모둠에 돌아간 퍼즐은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지도였다. 맞지 않는 조각 두개를 다른 모둠에서 찾아보니 5조(일본)의 조각들에 섞여 있어 사탕을 주고 사왔다.

사온 조각(수입품)엔 '카메라와 TV'라고 적혀 있었다. 6조는 또 5조에 '다이아몬드' 조각을 팔았다(수출). 그 결과 탄자니아와 일본의 지도가 완성됐다.

영국은 프랑스에 양모를 수출하고 향수를 수입했다. 멕시코는 미국에 석유를 수출하고 컴퓨터를 수입했다. 이렇게 해서 여섯개의 퍼즐 지도가 모두 완성됐다.

다음은 모둠 대표들이 나와 지도를 완성한 과정을 설명하는 차례. 먼저 칠판에 걸린 세계지도에서 자기 모둠이 맡은 나라를 찾아 표시했다.

그리고 자기 나라에는 없었지만 필요해서 수입한 자원과 나라, 자기 나라에서 수출한 자원과 나라를 각각 발표했다. 퍼즐 게임을 하며 학생들은 나라들끼리 자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생겨 국제무역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우쳤다.

권교사는 아울러 다이아몬드와 양모.석유는 천연자원이고, 컴퓨터와 카메라.TV 등은 자본자원이라는 사실을 가르쳤다. 또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의 산업연수생들은 우리가 수입한 인적자원이며,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외국에 나가 돈을 벌면 그게 바로 인적자원 수출이라고 알려줬다.

그 다음엔 모둠원들끼리 상의해 우리나라의 어떤 물건을 어느 나라의 누구에게 수출하고 싶은지 아이디어를 내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원기는 "전쟁이 끝나면 이라크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을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구는 "맨발로 다니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어린이들에게 운동화를 팔고 천연자원을 수입할 것"이라고 했다.

수민이는 "처음엔 경제가 막연하고 어려웠지만 이제 쉽고 재미있게 느껴진다"며 "환율을 공부하는 다음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권교사는 "6학년 경제교육은 하루 한 시간씩 다섯 차례에 걸쳐 무역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학공식 하나 외우는 것은 중요하게 여겼어도 정작 생활에 필요한 경제교육은 소홀히 했다. 무역을 통해 세계가 넓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태종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지난 9일 서울의 염리초등학교 6학년 3반 학생들이 외국의 지도를 짜맞추는 조각 퍼즐을 완성한 뒤 국제무역이 일어나는 원리에 대해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수업은 주1회 30~45분씩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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