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프트웨어 교육, 교육부에만 맡기면 큰일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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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중학교가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실시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SW 교육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고, 이에 맞춰 각 부처도 후속 대책을 수립 중이다. SW는 영어만큼 중요한 21세기 언어이자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서 학교에서 SW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다.

 하지만 후속 대책을 보면 박 대통령의 의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교육부는 중학교에서 기존의 정보 교과를 SW 교과로 전환하는 한편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SW 교육을 가르치게 하겠다고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이란 동아리나 스포츠 활동 등을 포함한 교과외 활동을 말한다. 또한 기존 교사를 연수시켜 교육을 맡긴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는 학교가 SW 교육을 하긴 하되 교과외 활동 시간에 하며, 기존에 배정된 다른 과목의 수업시수(시간수)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또한 SW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교사를 충원하는 게 아니라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 맡길 태세다.

 선진국이 SW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가급적 일찍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 실생활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훈련을 쌓게 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의 정책은 SW 교육 강화라는 취지에서 볼 때 시작부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초·중·고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하겠다면 독립과목으로 교과 수업 시간에 정식으로 해야 한다. 영어·수학·과학 등과 대등하게 가르치도록 독립과목으로서 수업시수를 확보해주는 게 옳은 정책 방향이다.

 또한 교육부는 기존의 교사에게 몇 시간 연수를 시켜 SW 교육을 맡긴다고 하나 이렇게 해서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수업에 임할 수 없다. 억지로 배우는 과목이 돼 오히려 학업 부담만 느낀다면 차라리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보다는 SW 교육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가르치게 해야 한다. SW 과목은 교사 자격증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가르칠 수 있는 청년 인력을 대거 교단에 투입하는 방안을 찾는 게 현실적이다. 컴퓨터 관련 전공 교육을 받고서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인재에게 교직을 개방하는 과감성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은 SW 교육 강화 방안을 교육부에만 맡겨놓지 말기를 바란다. 교육부는 여러 교과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안타깝게도 교직의 개방성을 추구할 만큼 열린 사고를 갖고 있지 못하다.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조기에 찾으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교직의 밥그릇을 보호하는 데 치중하는 교육부에 발목 잡혀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