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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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드디어 「티토」가 사신과 손을 잡았다. 정년 87세.
지난 1월에 좌족 절단수술을 한 후 줄곧 사경을 헤매어 오던 그였다. 2개월 전에는 심장까지 멎었었다.
그래도 그는 숨을 거두지 않았었다. 번영할 만한 생명력을 과시해 온 셈이다.
그는 의식을 완전히 잃기 전에 세계의 수뇌들에게 평화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의 국제관계는 우려할만한 혼란에 빠져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모든 국가에 지금 주어진 사명이란 긴장완화를 보편적인 조류로서 받아들이고, 여기에 새로운 생명을 부어넣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그리고 세계에 평화와 안전을 확립시키는 게 급무다…』
이게 그의 마지막 「메시지」가 되었다.
『내가 새끼손가락만 움직여도 「비토」따위는 이 세상에서 꺼져버린다』 -.
「스탈린」은 이렇게 단언했지만, 「티토」는 끝까지 소련과 맞섰다. 그리고 「스탈린」을 이겼다. 「유고슬라비아」는 5개의 민족, 3개의 종교, 3개의 공용어. 두 가지의 문자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동서의 접점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 「유고」가 용케 지금까지 자주노선을 지켜왔다. 「티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티토」의 제1의 정적이던 「질라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토」는 위대했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티토」는 모든 게 영웅호걸다웠다.
장수의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피우는 것』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지난 80세 생일 때 가족이며 측근이 술과 담배를 줄이도록 권하자 『나를 늙은이 취급하느냐』고 일갈했다고 한다. 주치의도 진단을 내리기를 『동지 「티토」대통령으로부터 현재의 생활의「기둥」을 앗아가면 대통령은 죽게 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티토」에게는 적도 많았다. 반혁명의 민족주의적 과격집단에. 소련이 뒷받침하는 소위 「코민포름」지지자집단 또는 반 「티토」 자유 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토」는 근 반세기동안 끄떡도 안 했었다.
그러나 지금 「티토」가 죽은 다음에 일어날 사태는 무엇일까. 2년 전에 「유고」를 방문한 「먼데일」 미 부통령은 『미국은「유고」의 자주와 통일과 영토보전을 지키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언약한 바 있다.
그러나 과연 「티토」가 죽은 다음에 언제까지 「유고」가 안전할까.
우국의 정이 「티토」를 지금까지 죽으려야 죽을 수 없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현대의 마지막 영웅 「티토」는 갔다. 영웅답게 간 것이다.
영웅이 빠진 세계의 진공을 앞으로 무엇이 메우어 갈는지. 그것은 비단 「유고」 사람들만의 걱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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