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적인 현실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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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머스키」 미 국무장관의 성격과 정책방향>

<일에 몰두하는 정력적 성격·· 억센 고집으로 손해 많이 봐>
「머스키」는 물불 안 가리고 정력적으로 일에 몰두하다가도 억센 고집과 급한 성격을 가끔 드러내서 손해도 많이 봤다. 「머스키」는 「카터」와 백악관 참모들 앞에서 『8개월 (「카터」의 잔여 임기)만 열심히 일할 각오』라고 서슴없이 발언, 재선을 간절히 바라는 「카터」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드는가하면 기자들에게 『지난달 27일 「카터」가 갑자기 전화를 하기에 주말에 낚시나 같이 가자는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대담한 솔직성도 갖고 있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이러한 호락호락하지 않은 「머스키」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제 「브제진스키」의 시대는 끝났다』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했다.
22년 전 초선인 「머스키」상원의원의 소원은 상원외교위원회에 배속되는 것이었다. 이 같은 희망을 안고 「머스키」는 당시 상원원내 총무인 「린든·존슨」을 찾아가 『내 소원대로 외교 위에 배속시켜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요청했다.
당황한 「존슨」 총무는 한참 궁리 끝에 앞으로 그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으면 소원대로 해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머스키」는 이상한 조건으로 총무와의 타협을 거부, 끝내 한가한 위원회에 배속되고 맡았다.
「머스키」는 또 전임자 「밴스」와는 68년 대통령선거 때 「험프리」의 「러닝· 메이트」로 마지막 순간까지 경합했던 적어 있다. 72년 「머스키」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는 「월·스트리트」에서 변호사를 하던 「밴스」로부터 외교정책의 자문을 받았던 인연을 갖고있다. 「머스키」가 앞으로 그의「라이벌」이 될 「브레진스키」와 같은 「폴란드출신이라는 것도 묘한 「아이러니」다.
76년 선거 때는 무명의 「카터」도 「머스키」를 「러닝·메이트」로 고려한 적이 있을 정도로 「카터」와의 인연도 깊지만 「머스키」의 독특한 성격으로 봐서 비록 「카터」가「머스키」를 국무장관에 임명은 했으나 「머스키」가 「카터맨」이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왕왕 젊은 「조지아」사단이 움직이는 가벼운 행정부라는 인상을 받아오던 「카터」행정부로서는 동부의 중량급 정치인을 대열에 가담시킴으로써 대외적으로 주는 「카터」행정부의 정치적「이미지」회복에도 큰 「플러스」가 됐다는 게 중평이다.
「워성턴·포스트」는 『「머스키」의 임명은 「카터」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는데 성공했음을 뜻한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즈」는 『비교적 중도적인 인물을 선택한 것은 미국 내 반대파와 우방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앞으로도 「카터」의 기본외교경정을 바꾸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고 논평했다.
지금까지의 「머스키」의 정책과 주장을 종합해 본다면 그는 약간 자유주의적이면서도 비교적 중도적 입장을 취해온 정치인이다.
그를 「갤브레이드」류의 자유주의자와는 좀 다른 「뉴·러버럴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하나 「머스키」는 소련과의 SALT협상을 열렬히 지지하다가도 소련군의「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에는 소련을 배신자라고 규탄하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 군축과 균형예산은 그의 한결같은 지론이다.
그는 SALT· 「파나마」 조약· 「이스라엘」 입장지지, 중동평화조약·최근의 인질구출작전 등 「카터」 행정부의 기본외교정책을 계속 지지해 「카터」와 급속도로 밀착되기 시작했다.
많은 미국 정치인들이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의 많은 정치인들이 「워싱턴」에 와서 많은 미국정치인들과 교환을 하고 갔지만 「머스키」는 한국과는 큰 인연은 없는 인물이다.
주한미군철수정책이나 박동선 사건 때도 「머스키」상원의원은 특별한 정책을 제시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머스키」는 한국을 포함한 대외 군사원조문제가 나올 때는 원칙적으로 이를 대부분 지지했고 「카터」행정부의 간판인 「인권정책」은 열렬히 지지해왔다.
미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머스키」가 국무장관에 취임하면 앞으로 미국의 대한정책이나 대 「아시아」 정책은 「강력한 우방관계」라는 기본골격이 확고하게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있다.
김용직 주미대사도 「머스키」가 그 동안 한국을 특별히 비판한 적이 없고 주한미군철수를 공식으로 지지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봐서 앞으로의 한미관계는 계속 선린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터」 행정부내의 「라이벌」인 「브레진스키」에게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 될 것이라는 거물정치인의 외교솜씨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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