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앙정보부의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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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중정부장 서리는 지난 29일 기자와의 간담회를 갖고 중앙정보부의 개편방향 등 당면문제에 대해 그의 소견을 밝혔다.
이날 그의 회견의 요점은 첫째, 현역인 자신의 중정부장 취임과 군부의 정치개입여부 및 정치발전일정에 대한 항간의 우려에 대해 『그것이 근거 없는 기우에 불과하며, 오히려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될 것』이라고 다짐한 부분과 둘째, 중정이 과거에 저질러온 과오를 솔직히 시인하고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기구개편과 장차의 중정 운영기조를 천명한 부분 등, 모두가 국내외의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내용을 담고있다.
먼저 자신의 중정부장취임과 관련한 군부의 정치개인 여부문제, 그리고 이에 관련된 정치발전과정에 대한 그의 전망을 피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문제이니 만큼, 그의 좀더 상세한 부연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는 있지만 그의 공적 언약이 성실히 지켜져서 우리사회의 정치발전과정이 차질 없이 진척되기를 바라는 소망은 비단 우리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다음으로 그는 앞으로의 중정의 운영기조에 관하여 국내외 대공정보와 정책자료 수집에 역점을 두도록 조직과 운영을 과감히 축소·정비하고, 종전처럼 모든 기관 모든 부서를 드나들면서 해온 것 같은 월권 행위용 근절시키고 철저한 「비 노출의 원칙」아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마디로 그는 지난날의 중석이 대공업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정부의 정부」로 군림하여 권력을 남용하고, 정치개입·언론탄압·인권탄압 등을 통해 주로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함으로써 국민의 저주와 원망을 사왔었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앞으로는 절대로 그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을 다짐한 것이다.
물론 창설된 지 19년 동안 국가안보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았고 많은 정보부원들이 음지 속에서 일하면서 곤란한 대공업무를 묵묵히 수행 해온 것은 잘 알지만, 부정적 측면 또한 많았기 때문에 부 전체가 국민의 불신을 받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전부장서리는 이 문제와 관련, 「이스라엘」의 「모사드」처럼 국민 속에. 뿌리박고 국민과의 체감 속에서 국난을 극복하고 국가를 지켜 나갈 수 있는 힘의 밑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란」의 비밀경찰인 「사바크」의 예를 들것도 없이 정보부가 공포의 대상이 되고 국민으로부터 경원 당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크게 불행한 일임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한마디로 정보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철저한 정치적 중립의 자세로 자신의 영역을 엄격히 지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만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정보기관으로서의 중정은 누가 집권하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흔들림 없이 국가적 차원에서의 그 임무를 차질 없이 효율적으로 수행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국내정치에는 일체 관여치 않고 국가안보를 위한 내외정보의 수립과 분석에 관해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관료집단화를 지향할 때, 중앙정보부는 비로소 국민의 신뢰 속에 본래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부장서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안보가 국가정책의 최우선적 과제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거듭 우리가 강조해야할 것은 참다운 국가안보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전부장서리의 이번 회견은 정국의 향방 등에 대해 국민의 궁금증을 확언하게 풀어주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중앙정보부의 전향적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으로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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