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팬택, 급한불은 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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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생사 기로에 놓인 팬택이 한 고비를 넘겼다. 이동통신사들이 1800억 원에 달하는 팬택의 채무를 연장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24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휴대전화 유통을 대행하는 SK네트웍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팬택의 채무를 2년 유예키로 결정했다.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도 팬택의 채무상환 유예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팬택은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이면서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이런 이통사의 채무유예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당초 채권단은 이통사에 팬택 채권 1800억원 어치에 대한 출자전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통사가 이를 거부하자, 팬택은 대안으로 채무상환 시기를 2년 뒤로 연장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통사가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렇다고 채권단과 팬택의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결정이란 것이다.

 채무상환이 유예된다 하더라도 팬택의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팬택의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매달 약 20만 대의 제품을 판매해야하는데, 현재 이통사에는 약 60만 대의 재고가 쌓인 상황이다. 이통사가 팬택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 이통사 임원은 “채권단이 요구하는 ‘최소 물량 구매’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조건”이라며 “다만 팬택 제품을 더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팬택의 재기를 도울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통사의 채무유예 결정에 따라 팬택 채권단은 25일 채권단회의를 소집해 새로운 회생계획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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