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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청정지역' 경기 평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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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권필 기자 중앙일보 기자
경기 평택을을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유의동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정장선 후보?안철수 공동대표(사진 오른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청정선거를 다짐했다. [뉴시스]
천권필
정치국제부문 기자

‘비방·폭로전’‘철새 논란’‘묻지마 단일화’.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지금 경기 평택에선 여당의 ‘젊은 피’와 야당 중진의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는 의원 보좌관 출신의 정치 신인이고, 새정치민주연합 정장선 후보는 3선 의원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다. 모두 평택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둘의 인연도 얄궂다. 유 후보의 부친(유광)은 정 후보와 함께 도의원을 지낸 인연으로 초선 시절 정 후보를 후원했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22일 TV토론에서도 신상 공격보다 공약 검증이 주를 이뤘다. ‘네거티브 청정지역’이라 불릴 만하다.

 24일 한 라디오 토론에서 네거티브 논쟁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발언이 발단이 됐는데, 네거티브에 대한 두 후보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사회자=“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이 이러더군요. 정장선 후보는 한 게 없는 사람이다. 유 후보께서는 이런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 후보=“네거티브 선거가 올바르다고 보는 후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않으셨던 정 후보님에 대해서는 남다르게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 후보=“중진들이 내려왔으면 평택을 위해 어떻게 지원해 주겠다, 이런 것을 얘기해야지…. 상대방에 대해 이렇게 험담을 하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 후보에게 왜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유 후보는 “정치 신인이 상대방을 깎아내려 당선이 된다 해도 정치 생명 오래갈 것 같지 않다”며 “제가 어떤 사람인가 알리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선거가 끝나도 (정 후보와) 가끔 만나서 차 한잔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 후보 역시 “끝까지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화가 통하는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1년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회 내에서 몸싸움 파행을 막지 못한 것에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에서다.

 선거 완주를 선언한 무소속 김득중 후보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7·30 재·보선이 또다시 여야만의 각축전으로 전락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다.

 선거판에서 후보들은 네거티브의 유혹을 느낀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메시지보다 자극적인 흠집내기나 화끈한 폭로전에 더 솔깃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작지만 의미 있는 ‘청정 선거’가 평택을에서 실험 중이다. 내일의 희망이자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다.

천권필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