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의무교육의 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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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무교육은 국민개개인이 인문으로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질을 구비토록 하는데 그 기본목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선진제국은 오래 전부터 다투어 의무교육의 확대실시와 그 내실화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를 통해 6년제 의무교육에 머무르고 있는 나라는 고작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국뿐이고, 그 밖의 모든 국가가 8년 내지 12년 간의 의무교육인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고도산업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80년대 초 실시를 목표로 그동안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한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고학력기술인력의 충분한 확보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우리의 특수여건 말고도 당장 초등학교 졸업생의 중학진학률이 94%를 육박하고 있는 폭발적인 교육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중학교 의무교육의 실시는 우리나라 교육이 당면한 가장 중대한 정책과제의 하나로 이미 설정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문교부가 제5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82년부터 중학의무교육의 전면실시를 목표로 내년에 도서벽지 4개 지역에서 시범적인 의무교육을 실시키로 했다는 것은 우리의 교육이 새로운 발전의 장을 여는,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중학교의무교육의 실시가 더 이상 지체시킬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계획이 큰 차질 없이 성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든 여건이 성숙되고 기초작업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다음에 실시하는 것만큼 바람직한 것은 없겠지만 먼저 저질러놓고 그에 맞추어 개선 보완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무엇보다 그것 밖에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중학교의무교육 자체를 반기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와 같은 부실한 기초교육의 「패턴」대로 외형적인 물량만을 확대하는데 그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교육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학교교육조건을 악화시키면서 수용능력만 확대시킨다면 이 같은 의무교육은 한국교육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중학교 의무교육의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나 행정지원 면에서의 면밀하고 합리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겠지만, 성패의 관건은 안정적인 재원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는데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흔히 「위기」라는 말로 표현되는 ♀리의 교육여건과 풍토를 정리해보면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재정 지원의 부보로 귀착되고 만다.
과대학교, 과밀교실을 해소하지 못해 교육의 질적 향상은 엄두조차 못 내고 초등학교서부터 비롯되는 학교교육의 부실이 마침내 전학생 과외풍조를 낳게 한 것이 우리의 숨김없는 실정인 것이다.
남들이 다 과외를 하는데 나만 안시킬 수 없다는 것이 모든 학부모들의 딱한 입장이다b 그래서 지출되는 과외교육비가 연간1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학재단연합회는 의무교육기간을 중학교까지 연장 실시할 경우 공 교육비의 추가부담 규모를 연간 9백%억 원으로 산출한바 있는데 과외비 총액은 이와 맞먹는 액수가 뫼는 것이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교육비로◀지출은 할 만큼 하면서도 공율 적으로 쓰이지 못해 교육부조리의 악순환을 국민 모두가 감수하고 있는 셈이니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물론 현행정부예산가운데서 문교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기에 한계가 있다면 별도의 방안이 강구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교련 등에서 이미 교육세 신설론을 제기한 바 있거니와, 과외 비로 지출되는 막대한 사 교육비를 공교육 비로 흡수하는 방안도 차제에 구체적으로 연구해 봄직하다.
우리교육의 여러 가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교육투자의 획기적 확충으로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뿐임을 거듭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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