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번엔 열차 충돌 … 멀고 먼 안전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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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번엔 태백선 문곡역 인근에서 청량리발 강릉행 무궁화열차와 관광열차가 정면충돌했다. 광주에서 소방헬기 추락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도 안 돼 또 사망자가 나온 안전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석 달 남짓 동안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참사, 소방헬기 추락 등 인명피해를 동반한 전대미문의 사고가 육·해·공을 넘나들며 잇따라 일어났다. ‘안전불감증’이나 ‘나사가 풀렸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젠 ‘사고불감증’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이번 열차충돌 사고에 대해 코레일 측은 “단선 구간인 문곡역에서 두 열차가 교행할 때는 한 열차가 대기선로에서 대기하고, 마주 오는 열차가 지나간 뒤에 본 선로로 진입해야 하는데, 관광열차가 신호를 지키지 않고 정거장을 지나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정황은 계속 조사 중이라지만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나 다름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꼬리를 문 안전사고는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소방헬기 추락 사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재로 드러났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집단 트라우마를 겪으며 안전이 강조됐고, 이에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모든 기관과 시설들의 안전점검을 다시 하는 등 온 사회가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번번이 이를 비웃듯 사고가 일어났고, 사고 후 복기해보면 이를 대비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인명이 걸린 안전 문제마저 겉치레용으로 변죽만 울렸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계속되는 안전사고는 지금의 우리 안전 시스템으로는 제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징표일 수도 있다. 더 이상 책임추궁과 질타로 끝내거나 당국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립서비스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 안전에 관한 한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 안전에는 비용이 든다. 정부도 돈을 쓰지 않으면서 해당 관리 기관에만 ‘안전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 한마디로 끝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비용을 들여 국가 안전 시스템을 개조한다는 각오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