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신문을 읽지 말자"|「빌트」타도 외친「킬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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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흥미·오락을 위주로 한 서독 최대의 가판신문(3백50만부 발행)「빌트」지가 최근「빌트」지에 대한 대항신문의 등장으로 지난해「발라프」라는 작가가「빌트」지의 제작 진상을 폭로한 이래 제2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새로 창간된 이 신문은 철저히「빌트」지 기사의 허위·과장성을 폭로하고 비판하기 위해 이름마저「빌트」(Bild)지를 없애자(Kill)는 합성어로「킬트」(Killt)로 붙이고 있다. 이름뿐이 아니라 신문의 판형과 편집방식까지 그대로 흉내내어 조롱기마저 풍기고있다.
더우기 논쟁을 즐기기로 이름난「클라우스·슈타에크」라는 논객과 이미『피해자의 증언』이란 서독최대 신문재벌「악셀·슈프링거」계의「빌트」지 폭로물을 만들어 이름을 떨친「귄터·발라프」가 공동 제작하고있어「빌트」지는 큰 골머리를 앓게됐다.
「킬트」지는 창간호 것「페이지」를 철저히「빌트」지에 대한 규탄기사로만 장식하고 있다.『거짓말 신문을 읽지 말자』는 특호 활자의 제목아래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주부를『청소가 싫어 자살했다』는 등 왜곡보도만 일삼는「빌트」지를 추방하자면서「빌트」지에 대해포문을 연 것이다.
「발라프」의『피해자의 증언』에서는「빌트」지가 심심하면 금붕어에 손가락이 잘려나갔다는 기사며, 걸핏하면 유방수술로 이혼을 막았다는 홍미 위주의 기사 등으로 대부분 왜곡된 것이라는 것.
이처럼 흥미위주의 가판신문, 그러나 3백50만부의 발행 부수로 서독여론을 좌우하는「빌트」지를 타도하겠다고 새로운 신문이 등장한 것인 만큼 반응도 대단하다. 30만부의 무료신문이 순식간에 없어지자「프랑크푸르트」에 있는「킬트」본부는 당초의 부정기 발행계획을 주간으로 변경,「빌트」지에 대한 규탄기사를 매주 1면「톱」으로 보도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미 독자층에 뿌리를 깊게 내린「빌트」지와 이를 타도하겠다고 나선「킬트」지의 싸움이 어떻게 진전될지 80년대 초반의 서독 언론계를 장식할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본=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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