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혐의로 북괴에 잡힌 일 화물선 일선장 조사받다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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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북한간을 왕래하는 한 일본화물선 선장이 북한에서 영해침범 및 간첩혐의로 연행돼 조사받던 중 자살했다.
이같은 사실은 22일 북한순주에서 일본「하까따」(박다)항으로 선장의 시체를 싣고 귀항한「하까따」해운소속 제5「시찌후꾸 마루」(비복구·1백52t)의 승무원(5명)들에 의해 밝혀졌다.
승무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제5「시찌후꾸마루」는 지난2일 「하까따」항에서 전기부품·자동차부품·전자계산기·옷감등을 싣고 출항, 4일 북한남포항에서 짐을 풀고 귀항중 14일 북한당국에 의해 영해침범 및 간첩혐의로 순주로 강제연행 됐다는 것이다.
제5 「시찌후꾸마루」의 선장「하야시」씨(임아기·34)는 해주에서 「가와사끼」(천기진일·48)1등 항해사와 함께 조사받던 중 18일 하오9시쯤 목을매 자살한 것이 북한당국자에 의해 발견되어 19일 새벽 순주국제「호텔」의 한방에서 「가와사끼」씨가 시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아시」선장은 『조사가 너무 심하다.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다. 내가 죽으면 승무원들은 빨리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서를 남겼다.
「가와사끼」씨는 제5「시찌후구마루」가 남포에서 해주로 갈 때 항해안전을 위해 북한서해안에서 5∼10해리 떨어진 항로를 유지했는데 이 때문에 북한당국으로부터 12해리의 영해를 침범했다는 추궁을 받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당국자에게 『안전을 위해 연안항해를 했다. 간첩활동을 위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거듭 말했으나 만5일간 매일5∼6시간씩 2∼3명의 취조간으로부터 『목적이 무엇이냐』고만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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