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돈 대출 연대보증인 보증당시 빌린돈만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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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때 반드시 두도록 되어있는 연대보증인은 보증 당시 빈 돈에만 책임을 지도록 됐다.
대법원은 18일 『연대보증인이 담보물을 제공하고 보증액 보다 많은 책임한도액까지 정했다 하더라도 이것은 은행이 일방적으로 인쇄해 놓은 서류에 보증인이 서명한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보증 한계는 보증당시 대출금원리금에 국한되고 그 이후에 이뤄진 채무에는 미치지 아니한다』 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보통 계약관에서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부리기 쉬운 횡포를 사법적인 면에서 통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사건의 원고인 박동직씨(서울 용두동29)는 75년6월 처남인 진대봉씨가 한일은행에서 3백만원의 적금대출을 받을때 자기집을 1천만원에 근저당 설정하고 은행이 제시한 어음거래 약정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했었다.
그러나 진씨는 그후에도 박씨와는 상의없이 두차례에 걸쳐 5백50만원을 대출받았으며 은행측은 그때마다 근저당 설정된 채무의 한도액이 1천만원이므로 더 이상의 담보 요구없이 대출을 해줬다.
은행측은 76년1월 진씨가 적금불입은 물론 원리금조차 상환하지 않자 연대보증인 박씨를 걸어 진씨의 채무를 이행토록 소송을 냈었다.
은행측은 ▲박씨가 어음거래 약정서에 진씨의 채무에 연대하여 부담하기로 했고 ▲보증한도액을 한정하지않아 근보증이 명백하며 ▲담보제공 승낙서에 책임한도액을 1천만원으로 약정했고 약정서에는 계속 발생하는 모든 채무에 대하여도 계속 담보제공을 승낙한다고 쓰여있기 때문에 책임한도액 1천만원범위안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에대해 『처음 대출받은 3백 만원은 책임을 지겠지만 그후에 이뤄진 대출은 자신이 직접은행에 나가 보증선일이 없으므로 책임질수없다』고 맞서왔다.
원심인 서울 성북 지원은『어음거래약정서상의 연대보증 의미는 원리금채무에 한정된것으로 봐야하고 그후의 채무까지 연대보증한것은 아니라고 해석해야한다』고 밝히고 박씨는 한일은행에 대해 1차대출금원리금 1백만원가운데 아직 갚지못한 나머지 금액1백43만원만 판제하라고 판결했으며 2심과 대법원도 이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은행측의 일방적인 계약을 행정적·사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번 판결로 강자의 입장에서 은행이 제시하는 보증계약서나 어음거래약정서 등은 보증액 이외에는 구속력이 없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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